어설픈 경쟁, 장 자크 상페의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어른들을 위한 동화
오랜만에 장 자크 상페의 그림책을 읽었다. '어설픈 경쟁'은 제목처럼 치밀함이 결여돼 어설프기 그지없는 경쟁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보여줌으로써 웃음과 재미를 선사했다. 작가 특유의 그림체는 여전했는데, 오랜만에 읽다 보니 쓰여진 문장과 더불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 장의 페이지를 넘기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만큼, 이로 인한 의미 또한 남달랐던 책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끊임없이 치열하게 누군가와 경쟁하며 살아가느라 분주한 시대에서 느긋함과 여유를 갖게 만들었던 작품으로 그림과 글을 전체적으로 만나본 뒤에 다시 한번, 페이지를 가득 채운 그림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제목의 의미를 따라가는 이야기로 해학적인 에피소드를 보여줌과 동시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 또한 마주하게 하며 재미를 더하는 것이 장 자크 상페만의 매력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얼굴 빨개지는 아이'가 동심을 확인하게 도왔다면, 이번 책에서는 제대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선보이며 적당한 위트까지 겸비함으로써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 재밌다.
그중에서도 언덕에 올라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 서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그려내면서 "난 나를 모욕한 자들을 항상 관대히 용서해 주었지. 하지만 내겐 그 명단이 있어."라는 글로 마무리한 페이지는 압권이었다. 뼈에 사무치는 한 문장의 의미가 굉장해서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마냥 가볍게 읽을 수 없는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움을 전해주는 장 자끄 상뻬의 명작이었다. 그래도 가끔은, 힘을 빼고 겨루는 어설픈 경쟁 또한 필요한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땐 환하게 웃으며 그 시간을 즐겨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손에서 시작된 펜의 움직임이 아름다운 찰나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행복했다. 읽고 또 읽어도 지루함 없이,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는 점에서 장 자끄 상뻬만의 감성을 확인하게 돼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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