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이방인, 가면 속에 감춰둔 치밀함이 돋보이던 인간의 생애

정한아의 <친밀한 이방인>은 촘촘하게 쌓아 올린 한 인간의 거짓된 생이 만들어낸 치밀함이 그(그녀)와 관계된 인물들의 삶을 변화시킴으로써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사건을 심도있게 조명한다


자신의 소설을 훔친 인물을 추적해 나가던 소설가가 마주한 진실은 놀라운 충격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그 안에서 우리의 인생을 되짚어 보게 만들며 기대 이상의 미스터리를 펼쳐내고 있었다.



소설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오직, 단 하나 뿐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진짜 나로 살아가는 일. 그러나 가장 절실한 소망을 쉽사리 이룰 수 없음을 깨닫게 되자 이들은 가면을 쓴 채로 살아갈 것을 결심하고, 마음 깊은 곳에 진짜 자신을 묻어두기에 이른다.


문제적 인물로 소설가가 밝혀내고자 애쓰던 이의 정체는 남자이면서 여자였고,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채로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며 스스로를 잃어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정말로 다른 사람이 되어 사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소설가에게 남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부탁한 아내로부터 호기심을 일게 했던 이야기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더 흥미진진해졌고, 등장인물들을 이해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깊은 공감의 시간으로 빠져들게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낯선 이방인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오히려 친근함이 느껴졌던 이유 또한 그래서 온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친밀한 이방인이 치밀한 이방인으로 읽혀졌던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는 잔혹한 사건이 도사리는 작품은 아니었으나 내면에 품은 아픔이 깊어 이로 이한 치명적인 상처가 마음을 사로잡았던 심도 있는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우연한 연결고리로 맺어진 사람들이 전하는 반전과 메시지가 삶을 흔들었던 소설. 진짜 나로 삶을 지탱해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은 현실 또한 다를 바 없어서 더 절절함이 사무쳤던 책과의 만남이기도 했다.


치밀한 심리 미스터리를 읽고 싶은 독자에게 제격인 정한아 작가의 소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가면을 벗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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