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낭만별곡 :: 팩션 사극 속에서 확인한 음악의 힘 (김우성, 장민수, 전하영, 황두현, 유다혜)

 

뮤지컬 <낭만별곡>은 새로이 단장을 마친 공연장인 예스24아트원 2관 개관작으로 창작 초연이 이루어짐으로써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사극 공연이었다. 무엇보다도 팩션 사극 안에서 확인한 음악의 힘이 대단했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음악기관으로 알려진 장악원의 전신, 이원에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흘러가는 것이 특징이었다. 세종 즉위 전의 청년 이도와 조선 음악의 기틀을 세운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 박연이 실존인물로 모습을 드러냄과 더불어 예성과 동래가 가상인물로 나타나 성별, 신분,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 함께 음악으로 하나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해줘 흥미로웠다.

 

시험에 합격함으로 말미암아 악사로 발탁된 이도, 예성, 동래는 박연의 가르침에 따라 악기 연주에 공들이며 왕의 탄신일 기념행사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합숙에 임하게 됐다. 이도는 가야금, 예성은 해금, 동래는 피리에 탁월한 능력을 갖추었으나 음악이 아니었더라면 셋은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만날 수 없었을거다. 

 

이도는 대군임을 들키지 않으려 얼굴 한쪽에 팬텀 가면을 연상시키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장해 자신의 이름을 이서라고 밝혔고, 예성은 품 속에서 떨어진 은장도를 발견하기 전까지 여성임을 숨겼다. 동래의 본명은 개똥으로 천민 출신인 데다가 글을 알지 못했으나 뛰어난 암기력을 보유하여 이를 토대로 출중한 피리 솜씨를 뽐냈다.

 

박연의 지휘 아래서 티격태격하면서도 조금씩 정을 나누며 우애를 쌓아가던 이도, 예성, 동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뿐만 아니라 국악의 선율이 도드라지는 음악의 강점도 감탄을 자아내는 찰나가 상당해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캐릭터들의 사연에만 치중하다 보니까 극 전체의 중심이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하여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게다가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도 얼기설기 매듭을 짓는 것으로만 그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될 때가 있었다. 배우들이 잘하고 음악이 아무리 귀에 콕 박혔다고 하더라도 대본이 탄탄하지 않다면 좋은 공연이라고 볼 수 없어 보는 내내 맘에 걸렸다. 

 

 

그 와중에 오직 허락받은 것이 음악 뿐이었던 이도, 예성, 동래의 시간이 절절함을 선사했음을 인정한다. 셋이 음악 얘기에 몰두하던 장면이 제일 재밌었다. 예성과 다투던 이도가 동래 뒤로 숨을 땐 귀여웠고, 이도가 가면을 벗었을 때 별다른 상처를 발견하지 못한 동래가 못 생겨서 쓴 거라는 말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앞선 동래의 말에 이도는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민수박연은 관객들을 악생으로 여겨 "잘 잤느냐?"는 한 마디를 객석에 던짐으로써 이로 인한 대답을 전해 들었는데,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세 번을 묻고 난 뒤에야 흡족함을 표해서 웃겼다. 감미로운 넘버 소화력을 지닌 우성이도, 함께 해 온 동료의 정체와 그에 따른 고독을 깨닫고 복수의 칼날을 내려놓은 채 절규하던 하영예성, 남다른 중재력과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아끼는 이들을 지키려 노력한 두현동래의 따뜻함, 민수박연의 볼을 타고 흘러 내리던 눈물에 눈길이 절로 갈 때가 있었다.  

 

덧붙여 다혜 무용의 가볍고 황홀한 몸놀림이 공연에 더해짐에 따라 예상을 뛰어넘는 사극의 묘미를 접하는 일이 가능해 짜릿했다. 대사 없이 오로지 표정과 몸짓으로 일깨워 준 디테일이 탄성을 내뱉게 도왔다. 

 

 

이날은 유다혜 배우의 '통할 것이다' 이벤트가 진행되는 날이었어서 보다 특별한 시간을 만나게 돼 뜻깊었다. 특히, 안예은의 '창귀'를 열창할 때 곤룡포를 입고 나와서 이로 인한 카리스마가 남달랐다.  

 

 

그리고 포토타임 후에는 공연의 막이 오르면 만날 수 있는 프롤로그 격인 무용 장면 시연이 한 번 더 눈 앞에 펼쳐져 관심을 집중시켰다. 무용 시연도 촬영이 허용되었으나 동영상을 찍지 않은 관계로, 포토타임 사진으로 대신한다. 

 

팩션 사극 장르를 내세웠으나 상상력으로 풀어낸 서사가 주된 내용이었으므로, 이 부분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진 말기를 바란다. 그치만 배우들은 좋았고, 음악과 무용이 아름다웠던 건 분명하다. 

 

게다가 낭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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