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꿈을 통해 만난 복고 수사물의 재미

가끔, 고달픈 현실을 잊고자 꿈에 온 몸을 맡긴 채로 깨어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때가 있다. 실제 상황이 아닐지라도 행복이 지속되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게 되는 찰나. 


2018년 서울, 형사 나태주로 살아가던 한 남자가 있었다. 연쇄살인이 의심되는 진범을 추적하다 사고를 당한 이후 한참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30년 전인 1988년 인성시에서 눈을 뜨게 된 그는, 타임슬립의 이유와 더불어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함과 동시에 이곳의 형사들과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해 나감으로써 복고 수사물만의 재미를 선사했다.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는 동명의 원작을 멋지게 탈바꿈시킨 웰메이드 리메이크작으로 불리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1988년 인성시와 2018년 서울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을 통해 스토리 전체의 이음새를 촘촘하게 다져 나가면서 과거에 불시착한 나태주의 삶 또한 조명함으로써 끊임없이 호기심을 증폭시켜 시선을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두뇌파 한태주(정경호)와 육감파 강동철(박성웅)의 티격태격 브로맨스 케미는 찰떡궁합이었고, 행동대장 이용기(오대환), 신입 형사 조남식(노종현)의 든든한 지원 아래 경찰서에서 해오던 잡일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사건에 투입되기 시작하며 실력을 톡톡히 발휘하던 윤나영 순경(고아성)의 성장기가 눈부시게 빛났다. 

 

다섯 사람이 비로소 한 팀이 되었을 때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던 어마어마한 팀워크가 복고 수사극으로의 흥미진진함을 위한 마지막 열쇠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와 함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갈등하며 자신이 머무를 곳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관건이었던 작품이 바로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였다. 태주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와 의학용어들로 인해 상태를 짐작하는 것이 가능하긴 했으나 확신이 들지 않아 이를 추리해 나가는 시간 이 색다른 묘미를 전했다.



직업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고집 센 원리원칙주의자로 다른 사람들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 2018년 태주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끝없는 공허함이 전부였다. 그랬던 그가 1988년이라는 낯선 세상에서 함께 일하게 된 팀원들의 도움으로 스스로를 꺼내 보이기 시작했을 때의 변화는 놀랍기 그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의 공존으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갈등이 점차적으로 극복됨에 따라 수사기법의 공조와 함께 허심탄회한 진심의 대화가 이루어져 탄생된 서부경찰서 강력계 3반의 시너지는 정말로 대단했다. 


과거의 낡아빠진 통념을 깨뜨리고 현대에서 흔히 보여지는 이기적인 맹신에서 빠져나와 다섯이 한데 뭉칠 수 있었던 건 그들 모두가 원했던 수사 종결 때문이었고, 그것이야말로 강력반의 본분이었기에 이로 인한 긴장감이 제대로였다. 




우들의 쫀쫀한 열연과 탄탄한 시나리오 안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독특한 촬영기법과 명대사 역시도 일품이었다. 주조연과 까메오의 완벽한 조화도 인상깊었다. 드라마 최종회에서 박성웅의 현실 아내 신은정이 동철의 부인으로 깜짝 출연한 점도 깨알 재미를 더했다. 


덧붙여 리메이크작이라는 사실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탐나는 작품이었던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단순한 복고 수사물이었더라면 감흥이 조금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므로. 복고 수사극이라는 장르에 색다른 시도를 덧입힌 것이 원작을 잊을 수 없게 도왔던 신의 한수였다고 본다.   





그런 이유로 태주의 선택이 더 마음 깊이 와닿았다.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으로 규정된 공간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마음이 시키는대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던 순간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태주에게로 향하던 장박사의 말 또한 마찬가지. 그것은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겨냥한 메시지였음에 틀림없다.


"내가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현실"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꿀 수만 있다면, 나도 태주처럼 그렇게 걸음을 옮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시즌1의 흥행에 힘입어 시즌2의 가능성 또한 내비쳤으니,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의 새로운 시즌을 기대하며 일단은, 내가 존재하는 이 현실을 웃으면서 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살아서 라온마 시즌2를 볼 수만 있다면 그때 만큼은 꿈을 꾸지 않아도 행복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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