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마] 조선미인별전 :: 국악이 접목된 퓨전 사극의 신세계
드라마 <조선미인별전>은 조선 시대 최초의 미인선발대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국악이 접목된 퓨전 사극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움이 더해진 작품일 뿐만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로써 귀를 사로잡는 넘버를 만나는 것이 가능해 절로 어깨춤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2018년 신년특집으로 방영된 드라마지만, 오늘처럼 추석연휴의 마지막날에 떠올리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작품이기도 해서 재밌게 시청했던 기억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꽃선비의 대표주자인 규헌은 학문에 열중하는 것 같지만 그가 실제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다양한 장르의 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춤으로 불리는 궁중정재를 배우기 위해 여장을 감수하며 대회를 위한 합숙을 시작한다.
이로 인해 비로소 드라마 <조선미인별전>의 본격적인 막이 열렸다.
규헌은 여동생 규희의 이름으로 출전, 초상화 심사에 합격함으로써 본격적인 사건 속으로 뛰어든다. 잘생긴 선비가 아름다운 미인으로 변화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규헌 역으로는 펜타곤의 멤버 여원이 열연했는데 연기도 좋고, 노래도 썩 잘 불러서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춤덕후 꽃선비다운 자태로 보여주는 궁중정재 역시 어여쁨을 동반했다.
사당패 여자 춤꾼으로 어떤 춤이든 멋지게 소화해내지만, 가난 뿐인 열정이 전부였던 소혜는 조선미인 선발대회에서 우승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꿈꾸려 한다. 여장한 규헌의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안면을 트게 되었고, 합숙을 통해 절친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움을 경험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여주인공 소혜 역으로 출연한 김나니는 자연스러운 연기와 춤에 소리꾼다운 절절함으로 국악 뮤지컬 넘버를 소화하며 브라운관에서도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눈웃음이 참 어여뻐서 자꾸 바라보게 되더라.
이와 함께 드라마 <조선미인별전>은 국악 뮤지컬에 어울리는 캐스팅으로 오감을 만족시켰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소리꾼 김준수가 있었다. 안하무인 재벌 2세로 규희에게 반했으나 꽃다발과 더불어 그의 마음을 거절하자 악역으로 돌변해 칼을 겨누는 김생의 모습이 매우 스펙타클했다.
국립창극단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시선을 집중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그가 들려주는 소리는 단연 최고였다. 비열한 표정도 어찌나 잘 짓던지! 미끈한 미남을 몰라볼 수 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나중에라도 알게 됐으니 이해해 줬더라면 좋았으련만, 끝까지 복수심을 불태우는 모습이 짠했다.
앞서 언급한 가사와 너무나도 잘 맞는 캐스팅임을 확신함과 동시에 노랫말 속 라임의 완벽함을 경험하게 했던 명장면은 오래도록 기억되고도 남을 일이었다.
은근히 코믹한 연기도 잘 어울렸다. 코믹극에서 만나면 이 또한 새롭지 않을까 싶은 기분이 든다. 안하무인이긴 하지만, 그것만 빼면 완벽했던 팔방미인 김준수를 김생을 통해 마주할 수 있어 즐거웠다.
이 드라마를 본 것 역시 그의 활약을 보고 싶기 때문이었으므로, 소원은 성취했다.
규헌과 소혜가 조금씩 가까워지며 부르던 '넘어와요'도 참 좋았다. 음악에서 국악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긴 하지만, 퓨전이라는 단어가 곁들여지면서 가요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던 여원과 판소리를 들려주던 김나니의 절묘한 조화가 매력적이었다.
하나 뿐인 오라버니 규헌의 조력자로 든든함을 보여주던 규희의 활약도 독보적이었다. 규헌이 원하는 것에 도움이 되고자 규수의 몸가짐과 옷차림에 이어 초상화를 잘 그리는 사람까지 찾아냈으니, 이만하면 완벽한 매니저가 아닐 수 없었다.
규헌이 합숙에 매진하는 사이, 팥빙수 레시피를 확실하게 터득해 즐거워하던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정태리는 고로, 약방의 감초와도 같았던 <조선미인별전>의 씬스틸러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춤은 그대의 하루 어르는 바람, 이라는 가사에 드라마가 전하고자 메시지가 분명히 전해져 왔다. 이와 함께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청춘들의 희로애락 또한 미인선발대회 안에서 만나볼 수 있어 마음 한 켠이 시리기도 했다.
주연 배우들에게 힘을 보태준 앙상블 배우들의 떼창과 안무 역시 볼만 했다. 결론적으로는, 뮤지컬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되는 모든 요소를 잘 갖춘 트렌디한 작품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다만, <조선미인별전> 역시 뮤지컬의 장점 못지 않게 단점을 답습하는 모습이 보여져 이 점은 좀 아쉬웠다. 아무래도 볼거리에 치중하다 보니 스토리적으로는 미흡함이 느껴졌다. 그러니 일단은,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 개척을 선도했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맞겠다.
국악이 접목된 퓨전 사극의 신세계를 눈 앞에서 만날 수 있었던 뮤지컬 드라마 <조선미인별전>.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청춘들의 모습이 눈부셨던 작품이었다. 여전히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있어 이들이 보여준 이야기는 하나의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어본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도전해 보기를. 꿈꾼다면, 그것을 이룰 준비 또한 되어있음을 알아채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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