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동 클린센터, 영혼을 보는 유품정리사의 의미심장한 사건일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게 그저 행운인 것만은 아닐 거라고. 이 책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선동은 영혼을 볼 줄 아는 유품관리사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취업의 기쁨을 누린 지 얼마되지 않아 사장이 잠적하자 회사의 직원으로 일했음에도 밀린 월급만이 남은 선배 정규와 사무소를 새로이 운영하게 된다. 이름하여, 이선동 클린센터.



하는 일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뢰가 들어오면 죽은 사람이 살던 공간을 깨끗하게 치우고 유품을 정리한 뒤에 이에 합당한 보수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아직 이승을 헤매고 있는 영혼들의 목소리가 선동에게 들려옴으로써 벌어지는 사건은 그를 놀라운 진실로 다가가게 만들며 흥미진진함을 전했다.


때때로 귀찮은 일에 휘말릴까봐 못 들은 척 할 때도 없지 않았지만, 선동의 도움으로 조금이나마 편하게 머무르던 곳을 떠나는 영혼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형사 동철의 죽음을 알게 되고 그의 딸 보라가 등장함에 따라 과거의 사건을 함께 파헤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절정으로 향하는 부분에서 맞닥뜨린 사건의 실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일단 영혼들을 볼 줄 아는 주인공의 독특한 능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자체는 꽤나 호기심을 자아냈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의 인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아 공감이 가기도 했다. 그러나 읽을수록 흡입력이 떨어져 쉽게 속도가 붙지 않았던 점은 아쉽다. 미스터리와 미스터리가 이어지고 해결되는데 있어 긴장감이 덜했다고나 할까? 결말에 있어서도 매듭이 지어지긴 했으나 후속편을 염두해 두고 여지를 남겨둔 듯한 느낌이 들어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보라의 캐릭터가 개성있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 이 점도 좀 안타까웠다. 호기로운 시작에 비해 마무리가 확실하게 와닿지 않았다. 의미심장하긴 했으나 스펙터클함은 부족했던 책. 


그래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인물의 고뇌 만큼은 절절하게 깨닫게 해줘 이 점에 있어서 만큼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가능했다. 선동이 부디,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져가야 할 능력을 받아들이고 조금 더 편하게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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