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라이딩 후드, 빨간 모자가 탄생시킨 잔혹 스릴러
사라 블라클리 카트라이트가 집필한 레드 라이딩 후드는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매혹적인 이야기가 시선을 잡아끌었던 것이 사실인데, 막상 영화가 아닌 책으로 처음 접하고 나니 포스터에 언급된 홍보 문구와 같은 판타지 로맨스보다는 잔혹 스릴러에 가까워 살짝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빨간 모자로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를 재탄생시킴으로 인해 확인할 수 있었던 레드 라이딩 후드는, 늑대인간의 위협 속에서 발생되는 연쇄 살인을 중심으로 긴박하게 펼쳐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거혼 마을의 열일곱 소녀 발레리는 그곳을 떠난 소꿉친구 피터를 그리워하지만 부잣집 헨리와 약혼하게 됨으로써 절망하고, 급기야 하나 뿐인 언니 루시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자 늑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 달에 한 번, 제물을 바치는 것으로 생명을 연장하던 마을 사람들을 향해 어둠의 손길을 깊이 뻗은 늑대인간이 누구인지에 대해 나름대로 추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작가는 영리하게 동화의 줄거리를 차용하는 것으로 덫을 놓아 흥미를 자아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결말이 책 속에 존재함으로 인해 카페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나서야 비로소 깔끔하게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조금 아쉬웠다.
나름대로 반전이 있긴 했는데 딱히 감흥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고, 내용 자체도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흘러가지 않았나 싶다. 이건 아마도 책으로 읽었기 때문이겠지. 책 속 문장으로 표현된 장면을 시각적으로 표출해 내면서 참혹함이 더해졌을 것이라는 것이 충분히 예상되었기에 영화로는 만나지 않을 생각이다.
빨간 모자로부터 탄생된 잔혹 스릴러가 궁금하다면, 레드 라이딩 후드와의 만남을 주저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동화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픈 마음이 간절한 이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판타지 로맨스를 기대한다면 더더욱.
결론적으로, 취향에 걸맞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읽어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던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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