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클럽과 여왕의 여름, 섬세한 묘사가 돋보였던 하이스쿨 미스터리 스릴러
박에스더의 <D클럽과 여왕의 여름>을 읽고 난 후 느꼈던 점은, 대한민국의 괜찮은 미스터리 소설 작가를 만날 수 있게 돼 기뻤다는 거다. 꽤나 독특한 하이스쿨 미스터리 스릴러와의 조우는 언제나 반가울 수 밖에 없었고, 이날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명문으로 불리는 K특목고의 영화제작 동아리 D클럽은 매년 여름방학마다 영화 제작을 위해 합숙을 하는 전통이 존재했고, 그로 인해 1, 2학년 회원 12명이 동아리 회장 진영의 별장에 모이게 된다. 작년에 미처 완성하지 못한 영화 촬영을 위해 모인 거였으나 숲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저택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며 충격을 자아낸다. 이로 인해 공포감에 젖어드는 아이들의 모습과 더불어 마주하게 되는 놀라운 사건의 진실은, 읽는 이들에게 흥미로움으로 가득한 시간을 선사했다.
이야기는 1학년이 아닌 2학년 신입으로 민호와 함께 동아리에 가입한 연서를 중심으로 3인칭 시점을 통해 보여진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도는 저택 안에서 작년에 완성하지 못한 영화를 재촬영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밝혀지던 와중에 산사태라는 자연 재해까지 겹침으로써 소름 끼치는 장면이 더해지는데, 이것이 단순히 문장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상으로 머리 속에 옮겨지며 절로 재생돼 놀라웠다.
나름의 반전과 스토리 전개도 나쁘지 않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작가가 풀어내는 내밀한 심리와 시선의 어우러짐이 글로 표출되던 순간이었다. 10대 아이들의 속깊은 내면이 냉철한 관찰력과 조화를 이루며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섬세함을 드러내던 찰나는 특히나 압권이었다.
그런 이유로 사건의 실체가 눈 앞에 드러나던 때보다 연서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글자로, 단어로, 문장으로 자연스레 읽히며 마음을 사로잡던 시간이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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