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듀본의 기도, 판타지가 가미된 흥미로운 미스터리의 세계
이사카 코타로가 집필한 <오듀본의 기도>는 현실에 가미한 판타지가 돋보임으로써 눈에 띄는 미스터리를 만나게 해준 작품이었다. 에도 시대를 기점으로 소통이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수수께끼 섬 오기시마에 이토가 우연히 흘러들어가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꽤나 흥미진진했다.
순간의 충동에 휩싸여 편의점을 습격했다가 만난 경찰이 하필이면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중학교 동창 시로야마였고, 이러한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노력하다 눈을 떴을 때 낯선 공간에 들어왔음을 알게 된 이토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았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신비로움 경험과 더불어 예기치 않은 살인사건을 마주하고 그것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허수아비 유고, 개를 닮은 섬의 안내자 히비노, 거짓말만 늘어놓는 화가, 움직일 수 없어 앉은 채로 살아가는 토끼, 곰을 연상시키며 유일하게 바깥 세계를 오가는 도도로키, 땅에 귀를 대고 심장 소리를 듣는데 집중하는 소녀 와카바, 오기시마의 룰이 되어 죽음을 집행하는 사쿠라 등등. 독특한 존재들의 집합소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섬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전해주기 위해 외부에서 사람이 찾아온다는 전설을 믿고 이토에게 기대감을 가졌지만 이로 인해 그는 당황스러움을 내비칠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맞닥뜨려야 했던 유고의 죽음으로 섬은 발칵 뒤집어졌고, 이토는 명탐정 못지 않은 추리력을 발동해 사건 해결에 나선다. 한편, 이토가 떠나 온 센다이에서는 시로야마가 그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전 여자친구 시즈카에게 접근하며 위기를 더했다.
<오듀본의 기도>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놓인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이토가 머무는 판타지 세계가 사건의 중심을 이루지만, 주인공이 자리를 비운 현실 세계 역시 그로 인해 돌아가며 긴장감을 유발했다. 제목에 담긴 오듀본이 실존인물이라는 점에서도 재미가 증폭됐다.
결말로 향해 가는 과정 속에서 오기시마에 없는 것을 결국에는 이토가 발견하고 이를 전하기 위해 실행에 옮기는 방법 또한 인상적이었다. 섬에서 사람들이 질문을 할 때마다 꺼내놓던 말 속에 담긴 이토의 진심은 그들이 원하는 정답은 아니었을지언정 그곳을 위한 완벽한 답이었음을 알게 되니 그 순간, 기쁨이 밀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사카 코타로 월드의 탄탄한 구축을 확인할 수 있어 흡족했고,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판타지에 빠져들게 만들어줘 기분 전환을 도왔던 책이었다. 진중함에 녹아들어야 했던 찰나와 더불어 적당한 가벼움이 균형을 이루는 것 또한 매력적이었다. 이토가 사람들을 향해 외치던 두 글자의 가치에도 역시나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해줘 유쾌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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