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대학로] 멘야산다이메 :: 차슈가 맛있는 라멘집
날씨가 추운 관계로 따뜻한 국물 생각이 나서, 볼 일을 마치고 점심은 라멘을 먹고자 대학로 멘야산다이메로 향했다. 11시 30분에 오픈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12시 전에 도착했더니 다행히 빈 자리가 보여 1인용 좌석에 안착할 수 있었다.
가게 자체의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인 데다가 오픈 키친을 바라보며 식사하는 것이 가능한 바석과 그 뒤로 배치된 2인용 테이블의 개수도 적어서 시간을 잘못 맞추면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웨이팅은 무조건 밖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겨울이라면 특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방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테이블 앞쪽으로는 휴지통과 후추통, 부추김치, 물병이 놓여 있다. 컵을 가져다 주면 알아서 원하는 양의 물을 따라 마시면 된다. 부추김치는 주문한 메뉴와 같이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모자란다면 덜어 먹게끔 구성된 점이 눈에 띄었다.
대체적으로 아담하지만 깔끔하면서도 일목요연한 구조가 인상깊었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콘센트도 눈 앞에서 마주하게 됐다. 사용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은근히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스마트폰 유저가 대부분인 요즘과 딱 맞아 떨어지는 탁월한 기능을 보유한 장치와의 만남이 흥미로웠다.
앉은 좌석 위쪽으로 귀엽고도 앙증맞은 피규어가 유리장 안에 장식된 것도 눈에 쏙 들어왔다. 가오나시는 언제 봐도 참 매력적이란 말이지. 오랜만에 이렇게나마 만나게 되니 반갑고 좋았다.
가오나시를 포함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만났던 캐릭터들이 여럿 보여서 아련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통 일본 라멘집이라고 하는데, 가게의 인테리어로 장식된 소품마저 특유의 분위기가 드러나 보는 재미가 있었다.
작년인 2017년을 기준으로 성탄절이 지나고 난 뒤 며칠 되지 않은 날에 방문했기에 멘야산다이메만의 깜찍한 크리스마스 트리 또한 엿볼 수 있었다. 불빛으로 반짝이는 조명 대신, 한낮의 햇살을 통해 자연광으로 눈부시게 빛나던 모습이 인상깊었다.
멘야산다이메는 가게의 규모적 특성상 혼자 혹은 둘이 와서 테이블을 채우는 일이 다반사였고, 4명이 오면 2인용 좌석을 붙여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리고, 내가 방문했던 날에는 자리가 애매하게 남은 상태에서 두 사람이 혼자 온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동을 하게 됨으로써 결국에는 빈 좌석 없이 모든 의자가 가득 차며 장관을 이루는 기염을 토했다.
소문난 라멘집의 위엄을 오픈과 동시에 경험하게 돼서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자리에 앉게 되면 메뉴판을 가져다 주는데, 생각보다 크고 무거웠다. 누가 실수로라도 가져갈 일은 없어 보였는데 이것은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기를 바라는 바다. 어떤 라멘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맨 위쪽에 적혀 있던, 돈코츠 스프 베이스의 라멘을 골랐다. 이름은 돈코츠 라멘.
커다란 그릇 안에 다소곳이 올라간 청경채와 파채, 맛있게 익은 반숙 계란 반쪽과 눈에 보이는 부분만 봐도 맛깔남이 느껴지던 차슈 2조각의 비주얼이 생각보다 꽤 마음에 들었다. 이제 맛만 괜찮으면 되는 거였다.
라멘과 함께 기본 반찬으로는 부추김치가 나오는데 궁합이 꽤 잘 맞았다. 양도 적당해서 따로 덜어먹을 정도도 아니라서 괜찮았다.
요 부추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많아 보였는데 내 기준으로는 쏘쏘.
드디어 맛본 돈코츠 라멘의 맛은 진한 국물이 우러 나오는 것이 특징이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짰다. 진하긴 한데 깊은 풍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기에는 아쉬운 맛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예전 일본 여행에서 먹었던 라멘의 짠 맛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짠 건 짠 거였다.
하지만 차슈 만큼은 정말 맛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추가해도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2조각 뿐인 차슈를 천천히 아껴 먹으며 맛을 음미했다. 차슈 추가한 사람들의 선견지명에 이마를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식 수제 군만두로 총 5개가 등장하는 교자도 시켰다. 간장과 고추기름에 찍어 먹으면 꽤나 괜찮은 맛이 입 안에 퍼진다. 눈에 보이는 윗부분도 매우 맛있게 바삭바삭, 잘 구워졌다.
교자만의 먹음직스러운 비주얼도 최고!
그리고 아랫 부분은 이렇게 윤기가 흐르며 부드러운 맛을 선보이는 게 매력적이다. 나름의 반전을 지닌 교자이기도 해서 눈으로 보며 입으로 먹는 두 가지 즐거움이 쏟아졌다.
젓가락과 함께 국물을 퍼먹는 용도로 나온 숟가락 국자의 비주얼도 웃음을 전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국물을 면과 더불어 흡입하는데 그만이더라. 단체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교자가 라멘을 먹는 도중에 나와서 깜빡했다. 아쉽지만 하는 수 없지.
혜화역 3번 출구로 걷다 보면 나오는 대학로 라멘집, 멘야산다이메. 한 번의 방문 뿐이었지만 내 입맛에 줄 서서 먹을 정도 까지는 아니었던 곳으로 남을 듯 하다. 다른 종류의 라멘을 먹어보면 달라지려나? 언제 또 가게 될지 알 수 없기에 확답은 할 수 없겠다.
사람들의 입맛은 각자 다르고 취향도 마찬가지인 만큼, 이곳이 맛있는 라멘집으로 유명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발견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라멘을 맛봤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으니 그거면 됐다 싶다.
그래도 이러한 면식기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테니, 멈추지 않으면 되는 거라고 믿어 본다.
'맛있는 위로 > 따뜻한 밥 한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도림 미스트(MIST)에서 라멘, 돈부리, 가라아게, 석류아이스티 클리어! (0) | 2018.11.20 |
---|---|
대학로 골동면, 맛있게 매운 비빔국수와 납작만두의 조화가 환상적 (0) | 2018.11.18 |
홍대 U154(유일오사), 돈까스 먹으러 가서 오뎅탕에 빠져 버렸던 날 (0) | 2018.11.06 |
대학로 돈텐동 식당, 얼큰한 국물과 고기의 맛이 좋았던 김치나베돈카츠 (0) | 2018.10.30 |
유미의 세포들 바비분식 푸드트럭 출출이세트, 떡볶이보다 왕어묵꼬치튀김! (0) | 2018.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