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U154(유일오사), 돈까스 먹으러 가서 오뎅탕에 빠져 버렸던 날
홍대 U154(유일오사)의 돈까스가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친구와 함께 어느 날 저녁, 목적지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사장님 혼자 주문을 받고 요리를 만드는 가게였는데,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과 혼자 와서 음식을 즐기는 이들의 분위기가 시끄럽지 않고 평화로워서 이로 인한 만족감이 상당했던 곳이었다.
가게 이름이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화이트와 블루 컬러의 조화가 가게의 이미지에 산뜻하면서도 깔끔함을 더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일본식 돈카츠를 중심으로 여러 종류의 퓨전요리를 판매하는 곳이라고 해서 이왕이면 다양한 음식을 한꺼번에 맛보고자 세트 메뉴를 골랐다.
확실히 돈카츠 메뉴가 메인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던 유일오사였다. 안심과 생선과 새우가 함께 나오는 믹스카츠, 치즈돈카츠인 코돈보루, 흰살생선으로 만드는 씨푸드카츠, 등심과 묵은지로 구성된 김치카츠나베, 새우 3마리를 얹은 덮밥인 에비동, 매콤한 폰즈소스와 등심이 어우러진 폰즈카츠, 안심으로 이루어진 히레카츠 등이 눈에 띄었다. 이 메뉴에는 전부 밥과 국, 샐러드가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물컵도 다채로운 파랑의 조화를 만나보게 해줘서 시선이 갔다. 가게 내부의 인테리어 또한 은근히 신경 쓴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아늑한 조명과 심플함에 잘 어울리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음식은 주문받은 이후에 만들어짐으로 인하여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만 한 시간이었다.
기본 반찬으로는 단무지와 할라피뇨와 김치가 전부였고 땅콩소스가 곁들여진 양배추 샐러드는 세트에 포함된 메뉴였다. 이 세 가지 음식은 그냥 먹어도 맛있었고, 메인 메뉴와 함께 하기에도 더없이 훌륭했다.
그리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그릇의 생김새에도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음식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담는 것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배려가 감동적이었다.
밥도 한 그릇씩 나와서 먹다 보니 배가 불러왔다. 양이 많아 보이진 않지만 다른 메뉴들과 같이 먹으니 딱 맞았다. 아니, 사실은 조금 남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두지 않았다.
세트 메뉴가 엄청 푸짐했기에 그럴 뻔 했을 뿐인 거다.
U154의 세트 메뉴는 A와 B, 두 종류 뿐이었는데 우리는 B세트를 주문했다. 참고로 A세트는 모듬카츠, 야끼소바, 양배추 샐러드, 오뎅탕, 공기밥2의 구성이었다.
우리가 시킨 B세트는 치즈카츠, 야끼소바, 양배추 샐러드, 오뎅탕, 공기밥2로 이루어졌다. 둘이 가서 메뉴 3개짜리를 골랐으니 양이 많을 법도 했다. 어쩐지, 배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부르더라니! 하지만, 후회는 없다.
덧붙여, A세트와 B세트에는 전부 야끼소바가 포함된다.
야끼소바는 가쓰오부시가 넉넉하게 올라간 볶음소바로, 각종 채소와 야끼면이 소스에 잘 버무러져 먹는 순간 짭짤한 맛이 입 안에 가득히 퍼졌다.
맛이 없진 않았는데 양이 많은 것에 비해 손이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었던 메뉴였다. 취향상 단짠단짠을 기대했으나 단맛 대신 짭쪼름한 맛만 느껴지는 것이 아쉬웠다. 느끼하기도 했고.
치즈까츠는 풍부한 모짜렐라 치즈와 튀김옷의 바삭함에 각종 채소의 어울림이 더해져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좋았다. 먹자마자 친구와 둘이 감탄사를 내뱉을 만큼, 재료의 풍성함이 매력적이었다.
다만 계속 먹다 보면 느끼함이 밀려올 수 있으니, 김치나 단무지 같은 반찬은 필수다.
홍대 유일오사는 일본식 돈까스로 알려진 곳이지만, 우리 둘을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은 의외로, 오뎅탕이었다. 여러 종류로 나누어진 어묵의 맛이 환상적이었고, 어묵탕의 국물 또한 일품이었다. 술안주로도 최고였을 것 같긴 한데, 밥 반찬으로도 지지 않을 만큼 최고의 메뉴였다.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을 것 같지 않았던 양도 먹는 내내 기쁨을 선사했다. 모양에 따른 어묵 맛의 차이도 기쁨을 선사했음은 물론이다. 세트메뉴로 나온 세 가지 중에서 단연 베스트였다. 엄지 척!
다음에 방문하면 그때는 오뎅탕을 하나 시키고 다른 메뉴를 주문할 의향이 생기게 만들 정도였다. 지금까지 먹어 본 어묵탕 중에서는 1순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만에 시켜 먹어서 그런 걸수도 있었지만, 이 집의 오뎅탕은 진짜 최고였다.
날이 점점 더 추워지고 있어서 머리 속에서 문득, 이곳의 오뎅탕이 생각나는 날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돈까스 먹으러 가서 오뎅탕에 빠져 버렸던 하루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싶다.
돈까스도 괜찮았지만, 오뎅탕 만큼 생각이 나는 건 아니니까. 그런 의미에서 홍대 U154는 우리의 마음 속에 어묵탕이 맛있는 퓨전음식점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자꾸 생각이 나서 못 참게 되면, 그땐 다시 가서 먹어버릴 테다!
'맛있는 위로 > 따뜻한 밥 한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학로 골동면, 맛있게 매운 비빔국수와 납작만두의 조화가 환상적 (0) | 2018.11.18 |
---|---|
[혜화/대학로] 멘야산다이메 :: 차슈가 맛있는 라멘집 (0) | 2018.11.08 |
대학로 돈텐동 식당, 얼큰한 국물과 고기의 맛이 좋았던 김치나베돈카츠 (0) | 2018.10.30 |
유미의 세포들 바비분식 푸드트럭 출출이세트, 떡볶이보다 왕어묵꼬치튀김! (0) | 2018.10.29 |
미소의집 즉석떡볶이, 이수역의 소문난 분식집을 방문하다 (0) | 2018.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