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계획, 스키점프의 세계에서 벌어진 잔혹한 스포츠 미스터리의 실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조인계획>은 동계올림픽 종목 중의 하나인 스키점프를 소재로 내세운 스포츠 미스터리로써 예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스토리 전개를 선보임에 따라 읽는 내내 색다른 묘미를 경험하는 일이 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도 역시나 작가의 역량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음을 밝힌다.

 

니레이 아키라는 조인(鳥人)이라고 불릴 정도로 남다른 기량을 뽐내던 스물 두 살의 스키점프 선수였으나 합숙 훈련 도중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스키점프팀의 미네기시 코치가 범인임을 알리는 익명의 밀고장이 경찰에 도착하는데, 이때부터 사건은 오히려 점점 더 미궁에 빠진다.  

 

 

재밌었던 건, 작가가 이야기의 서막을 풀어놓음과 거의 동시에 사건의 범인을 명시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완전범죄를 확신했던 미네기시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자신을 지목한 밀고자를 찾아내고자 혼자만의 추리를 펼치게 되는데, 덕분에 형사의 수사 과정과 더불어 서로 다른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간이 교차되는 동안 뜻밖의 진상이 하나 둘씩 드러남으로써 한시도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 사쿠마,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처음부터 하나씩 되짚어 나가며 본인의 계획을 새로이 점검해 나감으로써 빈틈을 찾으려 애쓰던 코치 미네기시와 더불어 니레이의 연인 유코, 니레이의 재능으로 말미암아 만년 2등에 그쳤던 스키점프 선수 사와무라의 속내까지 접할 수 있어 이 점도 기억에 남았다.

 

그 속에서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을 거스르는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결과가 처절함을 자아냈다. 공정하게 경기를 진행하여 승부를 가려야 할 스키점프 안에서 저마다의 야망을 성취하기에 급급한 이들로 인해 희생된 선수들의 빛바랜 노력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오직 승리를 쟁취하려 감언이설을 반복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광기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반면에 '징조, 사건, 경고, 해명, 체포, 복제, 계획, 동기'로 구성된 8가지 이야기가 페이지를 넘길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연결고리를 맞닥뜨리게 하며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줘서 이 점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작품 안에 녹아든 작가만의 스토리텔링이 기가 막혔다.  

 

 

스포츠에 과학을 접목시킴으로 인해 맞닥뜨리게 된 사건의 실체 역시도 수면 아래 깊이 감추어져 있던 반전 그 이상의 반전으로 탄성을 내뱉게 도왔음은 물론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어마어마한 정보 수집력을 바탕으로 탄생된 <조인계획>을 통하여 스키점프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던 시간도 만족스러움을 더했다.

 

미네기시는 선수생활을 접고 코치가 된 이후 니레이에게 자신의 꿈을 투영시키며 희망을 품었고, 사와무라는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니레이의 타고난 재능으로 인하여 짙은 패배감을 느끼는 와중에 우러러 보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직 니레이만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또 그게 아니었던지라 고개를 젓게 될 뿐이었다. 

 

범인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건의 내막을 파헤침으로써 발견하게 되는 인간의 영악함, 그 절정을 마주하게 해줘서 의미가 있는 소설이었다. 참고로 이 작품의 경우에는 최신에 쓰여진 것이 아니라 히가시노 게이고가 등단 4년차 시절에 집필한 책이라고 해서 더 감명깊게 다가왔다. 

 

스키점프의 세계에서 벌어진 잔혹한 스포츠 미스터리의 실체가 흡입력 있는 독서를 도와줘서 이번에도 재밌게 잘 읽었다. 가끔씩 도서와 거리를 두게 되는 순간이 생길 때마저 나를 책의 세상으로 다시금 향하게 만드는 건, 다작이 일상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이 크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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