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번역가 권남희의 소소해서 더 재밌는 일상 에세이집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으로 출간된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는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뜻 손에 쥐게 된 한 권이었다. 코로나 시대로 인하여 집콕 생활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요즘, 귀찮음을 곁에 두고 사는 중인 건 맞는데 행복의 감정과는 예전보다 거리감이 생겨 좀 더 멀어진 것 같아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순간에 알맞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권남희 번역가는 일본 문학을 자주 접하는 내게 친숙한 이름이었으므로, 이 또한 반가움을 전했다. 그리하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마스다 미리는 물론이고 최근에 읽은 소설 <라이온의 간식>을 집필한 오가와 이토와의 에피소드도 만나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이와 함께 번역가의 에세이는 생소한 장르와 다름 없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재밌게 읽혀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기대 이상의 몰입감과 중독성으로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매력이 대단했다. 

 

딸 정하, 그리고 반려견 나무와 함께 하는 일상의 단면과 더불어 번역가로의 삶까지 동시에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가끔씩 소설을 읽으면서 작품에 등장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소망이 생길 때가 많은데, 저자 또한 번역을 하는 동안 같은 마음을 품었다가 결국에는 직접 다녀온 뒤 역자 후기를 통하여 그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었음을 일깨우는 내용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도왔다. 강연 울렁증을 확인하게 해준 일화도 눈여겨 볼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공감대를 자아냈던 건 바로, 덕질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이 50에 시작된 국카스텐 덕질로 말미암아 삶의 활력소를 맞닥뜨리게 된 저자의 변화가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딸의 아이돌 덕질과 엄마의 국가스텐 덕질이 선사하는 동질감이 바로 이런 건가 싶었다.  

 

 

반면에 50이 넘는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굴곡이 없지 않았을 터, 이에 따른 희로애락을 가감없이 써내려간 내용도 기억에 남았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로 유쾌함을 잃지 않는 특유의 담담함이 그래서 더 돋보이지 않았나 싶다. 

 

번역가 권남희도 좋아했지만, 에세이 작가 권남희 역시도 상상을 초월하는 필력으로 마음을 빼앗았기에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의 마지막 페이지가 어느덧 순식간에 눈 앞으로 다가왔음을 깨닫게 돼 깜짝 놀랐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귀찮음을 생각할 겨를 없이 다음 장을 넘기느라 바빴다는 점에서 행복한 독서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는 점도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술술 잘 읽히는 글을 만나보게 해준 에세이집 덕택에 번역가의 치열한 경험담이 녹아든 권남희의 <번역에 살고 죽고>도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소소해서 더 재밌었던 저자의 일상과 프로페셔널한 직업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어 유익했던 시간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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