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낮술 :: 한 잔의 알싸함이 곁들여진 식사가 건네는 인생의 즐거움

하라다 히카의 소설 <낮술>은 두 글자로 이루어진 책의 제목이 강렬한 호기심을 자아냄으로써 냉큼 손에 집어드는 일이 어렵지 않은 한 권이었다. 참고로, 여기에는 표지의 일러스트 또한 한 몫을 했음을 밝힌다. 

 

주인공 쇼코는 지킴이라는 직업을 가진 서른 한 살의 여성이다. 초등학교 동창 다이치가 운영하는 나카노 심부름센터에서 각기 다른 사연을 보유한 이들의 곁에 머무르며 돌봐주고 지켜주는 일을 하는데, 정해진 시간은 주로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다. 어린 아이와 노인은 물론이고 반려견을 포함하여 쉽게 잠들지 못하는 존재들의 밤을 편안함으로 이끌어주는 쇼코의 역할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기본, 고객이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도움을 주며 한때를 보내다 보면 어느덧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하여 쇼코는 퇴근 후 맞이하게 된 눈부신 오후에 맛있는 식사를 중심으로 술 한 잔을 곁들이며 낮술을 즐긴다. 직장인들이 일을 마치고 난 저녁에 느긋한 마음으로 한 잔 술을 기울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저 퇴근시간만 다를 뿐,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여유를 적당한 찰나에 맘껏 누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현대인의 삶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이 점도 눈여겨 볼만 했다.

 

이 작품에선 총 열여섯번의 술을 음미하는 쇼코의 나날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했다. 특히, 밤에 일하는 쇼코에게 있어 점심은 하루의 마지막 식사였기에 음식과 술의 궁합에 초점을 맞춰서 메뉴를 결정하고자 고심하는 장면도 인상깊게 다가왔다. 이러한 이유로 검색의 생활화를 행동에 옮기는 면모마저 공감대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만나 본 낮술 중에서도 열세번째 술의 에피소드를 통해 등장한 식사메뉴인 해산물덮밥이 군침을 꿀꺽 삼키게 도왔다. 다이치, 사치에와 함께 떠난 보소반도에서 맥주와 더불어 제철 생선이 올라간 해산물덮밥을 먹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 안에 침이 고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중한 친구들과의 특별한 시간 속에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원하는 꿈을 위하여 열심히 일할 거라는 쇼코의 굳건한 다짐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이야기로 자리잡았다. 

 

어린 나이에 결혼했으나 행복하지 않은 생활이 이어짐에 따라 이혼을 결정한 뒤, 아이를 남편이 맡아 키우게 되면서 쇼코와 딸 아카리의 만남은 한 달에 한 번만 가능했다. 이로 인하여 마주하게 된 힘든 시기에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다이치와 사치에의 응원에 힘입어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기로 결정한 쇼코의 앞날이 더욱 기대가 됐다. 

 

 

소설 <낮술>은 단순히 맛있는 식사와 술이 전부가 아니라 30대 여성의 고단한 인생에 힘을 선사하는 활력소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맞닥뜨리게 해줘서 이로 인한 여운이 남달랐다. 작가만의 섬세한 디테일로 완성된 맛좋은 음식과 술의 묘사가 읽을수록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으며, 지킴이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보유한 주인공을 통해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만나며 접하게 된 얘기가 심금을 울려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덕분에 마냥 가볍고 경쾌하지 않은, 이로 인해 잔잔한 흐름 속에서 입가에 슬쩍 미소를 짓게 하거나 때때로 눈시울이 붉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의 향연이 기억에 남았다. 이거야말로 삶의 희로애락이 아닐런지.  

 

어른에게는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던 쇼코의 진심이 마음 깊숙이 와닿았던 <낮술> 덕택에 반주 생각이 간절해졌던 어느 날이었다. 한 잔의 알싸함이 곁들여진 식사가 건네는 인생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어졌달까? 그런 의미에서 읽고 나면 술 한 잔이 절로 머리 속에 떠오르고야 말테니, 이 점을 염두해 두고 페이지를 넘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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