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인간을 향한 애정으로 가득한 로봇이 선사하는 기적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은 인간을 향한 애정으로 가득한 로봇이 선사하는 기적의 순간을 만나보게 해주며 읽는 내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AF(Artificial Friend)로 지칭되는 인공지능 로봇은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이 이루어져 판매된다. 이로 인하여 탄생된 AF 클라라는 매장 쇼윈도에 앉아 자신을 데려가 줄 아이를 손꼽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병약한 조시가 나타났고, 잠깐 동안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클라라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다. 

 

 

근미래의 미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던 로봇과 10대 소녀의 우정은 작가가 창조한 세계 속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특히, 조시를 향한 클라라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과 희생이 뜻밖의 감동을 자아내서 인상깊었다. 조시는 인위적인 유전자 편집을 통해 더 나은 지능을 갖게 되는 '향상'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몸이 많이 허약해진 상태였는데, 태양광이 에너지원과 다름 없는 클라라가 햇빛을 통하여 아이의 기운을 북돋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장면이 눈여겨 볼만 했다. 

 

클라라에게 태양은 힘의 원천이었기에 조시 또한 회복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단순히 햇빛을 쬐게끔 돕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조시의 병이 낫게 해달라는 부탁을 청하고자 태양에게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에서 깊은 사랑이 느껴져 심금을 울렸다. 세상을 향한 남다른 호기심과 관심을 중심으로 인간의 감정을 하나 둘씩 깨닫게 되며 가끔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하게 해주는 클라라의 모습이 눈부셨다.

 

하지만 조시의 엄마가 클라라를 단순히 딸의 친구로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로 인한 갈등과 혼란이 대두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시가 클라라를 선택했음에도 단번에 수락하지 않고 심사숙고하게 된 이유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을 대체하는데 이용되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가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기에 충분했고, 향상을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른 계급의 분리도 고개를 내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릭은 향상을 진행하지 않음으로 인해 향상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일이 불가능했다. 친구 조시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결론적으로, 로봇과 인간이 함께 하면 관계를 맺어나가는 시간 속에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 작품이 바로 소설 <클라라와 태양>이었다. 꽤나 두껍고 방대한 분량으로 구성된 책이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기대 이상의 흡입력을 자랑해서 마지막 페이지를 만나는 일이 아쉬워지는 순간이 없지 않았다.  

 

 

그렇게 맞닥뜨리게 된 <클라라와 태양>의 결말은 해피엔딩에 가까웠다. 그러나 서로 다른 종족이라는 점에서 로봇 클라라와 인간 조시의 상황이 극명하게 갈리며 마주할 수 있었던 숙명은 일말의 잔혹한 여운을 남기고야 말았으므로, 마냥 기뻐하기는 힘들었다. 

 

언젠가는 로봇이 인간사회에 상용화되어 함께 사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생명력이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쓸모가 없어졌다고 여겨지는 로봇이 버림받는 일이 당연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통해 전달된 작가의 경고가 예상을 뛰어넘는 무게감을 경험하게 해줘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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