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선량, 결혼을 앞둔 연인의 속사정을 통해 마주한 사랑의 이면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 <오만과 선량>은 결혼을 앞둔 연인의 속사정을 통하여 사랑의 이면을 만나볼 수 있게 도와준 작품이었다. 특히,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연애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이로 인한 무게감이 상당했다. 가볍게 읽어보려 했으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일이 많아져 흥미로웠다.
이와 함께 <오만과 선량>의 1부는 가케루, 2부는 마미의 시점으로 쓰여진 것이 특징이었다. 그로 인해 두 주인공의 속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어 이 또한 인상깊었던 게 사실이다.
가케루는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해 온 연인과 이별한 뒤, 결혼 활동을 통하여 마미를 알게 된다. 그러나 2년 동안 연애를 이어나가고 있음에도 결혼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갈등하던 가케루는 주변을 맴도는 스토커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던 마미에게 동거를 제안, 이로써 결혼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에 다다랐다.
하지만 마미가 퇴사를 결정하여 회사 사람들과 송별회를 마친 다음날, 홀연히 자취를 감추며 뜻밖의 상황을 맞이한다. 가케루는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되자 스스로 마미를 찾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 그러다 결국은, 지금껏 알지 못했던 마미의 진짜 모습을 맞닥뜨리게 된다.
마미는 진취적인 언니 노조미와 달리 어머니에게 의지한 채로 나이를 먹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도쿄에서의 홀로서기를 결심했다. 그렇게 고향을 떠나 가케루를 만나게 된 마미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가케루에게서 청혼을 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상천외한 계획을 세워 원하는 바를 성취하려 애쓴다. 이로 인한 마미의 계획은 성공에 가까웠지만, 가케루가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짐에 따라 조용히 그의 곁을 떠난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곁에 있어줄 거라는 착각에 도취되어 있던 가케루는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모두가 인정하는 착하고 성실한 마미를 만나게 되는데, 이로 인하여 예상치 못한 삶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며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다. 마미 역시도 가케루를 떠나 낯선 곳에서 생활하며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새겨 봄으로써 각성하는 순간들이 기억에 남았다.
이 작품을 집필한 작가는 결혼을 앞두고 발현되는 인간의 두 가지 속성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리하여 상대방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본인에게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오만함, 주체적인 내가 되지 못해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선량함을 파고든 섬세한 심리 묘사가 감명깊게 다가왔다.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어두운 분위기의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져서 이 부분은 좀 놀라웠다. 덧붙여 책의 제목이 <오만과 선량>이라는 점에서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실제로 여기서 가져온 타이틀이라고 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여기에 더해 책을 읽어 본 결과, <오만과 선량>이 <오만과 편견>의 다크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였다.
예기치 못했던 사건으로 인하여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며 사랑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접하게 된 가케루와 마미의 선택 또한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여러모로, 연애와 결혼이 쉽지 않은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려준 작품임이 틀림없었다.
연인과 더불어 부모와 자식의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의 의미까지 곱씹어 보게 만들며 뜻깊은 메시지를 선사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 번쯤 읽어보기에 나쁘지 않았던 소설이 바로 츠지무라 미즈키의 <오만과 선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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