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의 어릿광대, 탐정 갈릴레오가 파헤친 7가지 괴이한 미스터리의 실체
소설 <허상의 어릿광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탄생시킨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7번째 작품으로,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와 엘리트 형사 구사나기 슌페이 콤비가 사건 해결을 위해 종횡무진하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참고로 이 책에는 총 일곱 편의 에피소드가 연작 형식으로 포함되어 있는데, 문고판을 발매하면서 기존에 실려 있던 4편과 시리즈 다음 편으로 집필해 두었던 4편 중 3편을 더해 한 권을 완성한 것이라고 해서 흥미로움이 더해졌다.
'1장 현혹하다'는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사이비 종교 집단 간부의 죽음이 교주가 사용한 염력 때문이라는 말을 듣게 된 구사나기가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유가와를 찾으며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아무래도 줄거리 자체에 의뭉스러움이 가득 풍겨서 그들이 감추어 둔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상당했는데, 유가와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줘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2장 투시하다'는 손님의 명함은 물론이고 가방에 담긴 내용물까지 투시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호스티스가 변사체로 발견되며 본격적인 서사가 진행된다. 그리하여 호스티스를 죽음으로 물아넣은 사건의 범인과 투시능력의 진실을 마주하게 해주는 순간이 눈여겨 볼만 했다.
'3장 들리다'는 구사나기의 부상이 끊임없는 이명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직원이 존재하는 회사로 이끌며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토대로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이 역시나 유가와다웠다.
'4장 휘다'는 은퇴를 고민중이던 야구선수의 아내가 주차장에서 살해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5장 보내다'는 쌍둥이 언니가 위기에 처했음을 텔레파시로 알아챘다고 밝힌 동생의 사연, '6장 위장하다'는 동창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간 구사나기와 유가와가 별장에서 맞닥뜨린 부부 살인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흘러가는 얘기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7장 연기하다'는 불꽃놀이가 한창일 때 가슴에 칼이 꽂힌 채 사망한 공연 연출자의 범인을 찾아내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건의 기본적인 수사는 경찰 구사나기가 맡고, 유가와는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예리한 추리력을 번뜩이며 명탐정다운 해답을 마주하게 해줘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과학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초자연적 현상이 소재로 여럿 등장했는데, 이에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방식과 명확한 관점을 내세워 해결하는 모습이 탄성을 내뱉게 도왔다. 구사나기와 유가와가 함께라면 불가능은 없어 보였다.
덧붙여 유가와 마나부가 천재 물리학자이자 탐정 갈릴레오로 명성이 자자하게 된 이유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마어마한 정보 수집력과 필력이 결합되어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작가의 뛰어난 재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 손에 쥔 소설 <허상의 어릿광대>는 하나의 사건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장편이 아닌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어 보다 여유를 두고 천천히 읽으며 내용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도 장점이었다. 단편보다 장편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양한 사건을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는 유가와의 통찰력과 유연함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게 느껴져 만족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허상을 쫓아 헤매던 인간의 어리석음이 불러 일으킨 비극이 구사나기와 유가와로 말미암아 깔끔한 마무리를 경험하게 해줘서 다행스러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속 인간 군상이 전하는 메시지가 대단했다.
마지막으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가 계속될 것임이 분명하니 이제는 후속작을 기대해 보기로 한다. 이번에 읽은 <허상의 어릿광대>에 실리지 않은 나머지 한 편이 장편으로 개작되어 앞서 언급했던 다음편인 8번째 작품으로, 소설 <금단의 마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고 하니 기대해 봐야겠다.
'문화인의 하루 > 책 읽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만과 선량, 결혼을 앞둔 연인의 속사정을 통해 마주한 사랑의 이면 (0) | 2022.02.08 |
---|---|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특유의 온기 가득한 SF 단편 소설의 매력 (0) | 2022.01.28 |
밝은 밤, 어둠 속에서 피어난 한 줄기 빛의 서사를 만나다 (0) | 2021.12.30 |
루팡의 딸3, 홈즈의 딸 미쿠모의 일과 사랑이 담긴 미스터리 로맨스 (0) | 2021.12.16 |
라이온의 간식, 죽음의 문턱에 다다라 즐기는 최후의 만찬 (0) | 2021.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