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 :: 여성 탐정 3인방의 은밀하고도 눈부신 활약이 펼쳐진다

김재희의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는 찬희, 라라, 선영으로 구성된 여성탐정 3인방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토리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리하여 경성시대를 배경으로 탐정 삼총사의 결성 과정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고군분투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서 읽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특히, 각기 다른 개성과 능력을 겸비한 세 사람의 존재감이 기대 이상이었다. 저마다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사건에 집중하는 면모가 돋보였고,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감춰져 있던 비밀이 드러남에 따라 마주하게 되는 반전도 놀라움을 더해주었음은 물론이다. 

 

 

김찬희는 키 170센티미터의 훤칠한 피지컬을 지닌 일본 유학파로 탐정사무소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김라라는 미국의 심리상담학 석사 학위 보유자로, 경성에서는 세브란스의전 조교로 활동하며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를 오픈한 장본인으로써 스스로를 박사로 칭하는 것이 특징이다. 방선영은 이화여전을 다니다 그만둔 백수지만 사무와 총무, 타이핑의 귀재로 남다른 재능을 가짐과 동시에 찬희와 라라를 이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새로운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리하여 찬희 탐정, 라라 박사, 선영 총무는 셋이 거주하는 공유 하우스 형식의 하숙집에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를 마련하여 여성들의 말 못할 사연을 들어주고 해법을 제시하려 최선을 다했다. 그리하여 시대적 상황으로 말미암아 억압된 자유 속에서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숨긴 채 살아가야 했던 이들과 그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놓을 수 없는 성적 고민을 품고 살아 온 사람들을 위한 돕는 스물 둘 동갑내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노출증 증세를 보이며 거리를 활보하는 딸로 인하여 걱정이 많은 40대 중년 부인 김연주를 시작으로 다양한 상담을 해나가는 동안, 살해한 여성들의 긴 머리카락을 베어가는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는 일까지 도맡아 범인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하여 애쓰던 세 사람의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다. 

 

특히 남장을 불사하며 프로페셔널한 탐정의 면모를 확인하게 해준 찬희의 종횡무진이 감명깊었고, 내담자의 고민에 심리 치료를 병행하며 답을 선사하던 라라 박사의 탁월한 상담 능력이 도드라졌다. 이와 함께 예상을 뛰어넘는 솔직하고도 가감없는 다수의 케이스가 흥미로움을 전했던 것도 사실이다. 

 

덧붙여,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이긴 하지만 여성을 포함하여 남성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시키는 데도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서 이 또한 이목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더하여 공유 하우스 주인 이재연, 이재연의 아들 송영운, 라라의 스승임과 동시에 저명한 심리학자 이자와 레이 박사와 얽히고 설키며 맞닥뜨리게 되는 관계성도 호기심을 극대화시켰다. 

 

 

경성의 잭 더 리퍼로 일컬어지는 살인자를 밝혀내기 위한 탐정 삼총사의 끈질긴 노력도 대단했다. 덕분에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는 시대물과 탐정물에 그치지 않고, 미스터리 스릴러와 심리 추리극이 더해진 복합적인 장르로 시선을 사로잡고도 남았다. 세상의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며 앞으로 나아가는 신여성의 존재감이 짜릿함을 전해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상담소와 살인사건, 두 가지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진행해 나가려다 보니 주인공으로 내세운 3명의 캐릭터가 생각했던 것보다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것 같아 이 점은 좀 아쉬웠다. 그런 의미에서 시리즈물로 계속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 책 한 권만으로 미처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라 추측되므로. 

 

시대물과 추리극의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을 토대로 현실을 반영한 등장인물을 창조하여 완성한 작가만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진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를 통해 여성 탐정 3인방의 은밀하고도 눈부신 활약을 확인하게 돼 읽어볼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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