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증후군, 달의 증식이 불러 일으킨 통렬한 블랙 코미디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윤고은의 장편소설 <무중력 증후군>은 달의 증식으로부터 시작되는 통렬한 블랙 코미디가 인상적인 책이었다. 그리하여 부동산 회사에서 전화로 사람들에게 땅을 팔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25세 청년 노시보와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눈여겨 볼만 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나였던 달이 2개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무중력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무중력자라고 부르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이르고야 말았다. 급기야 무중력 모임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이들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자살과 연쇄살인의 발생은 사회에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무중력 사업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음에 따라 여러모로 난리법석인 상황이 끝도 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 

 

달은 2개에 머무르지 않고 6개까지 증식을 이어나갔다. 그 속에서 몸이 성하지 않은 노시보는 평소와 다름없이 병원 투어를 다니다가 기자 송영주의 제안으로 취재를 위한  건강검진을 받고 자신의 병명이 무중력증후군임을 깨닫게 된다. 달 구경을 하러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취를 감춘 엄마는 소식이 전무하고, 사법고시 대신 요리에 푹 빠진 형은 엄격한 아버지 몰래 부엌에서 요리를 하며 시보를 포함한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 작품은 달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요절복통 사건사고 속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통하여 일상에 적응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재기발랄하게 그려낸 것이 특징이었다. 특히, 정보의 바다로 통하는 인터넷에 담긴 내용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며 메세지를 던지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흐름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하여 전진하는 시보 형의 모습이 감명깊게 다가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문장 속에 담긴 작가의 재치가 돋보여서 쉽사리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땅에 발을 딛고 중력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찾아온 달의 증식은 지친 삶에 변화를 선사할 기회가 다름 없었기에, 충분히 이슈가 될 만 했다고 보여졌다. 

 

 

덧붙여, 코로나 시국을 한창 살아가던 와중에 윤고은의 소설을 접하게 되니 <무중력 증후군>이라는 책의 제목이 무기력 증후군으로 읽혀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음은 물론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기에 달의 증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이 동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눈 앞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책 속의 사건사고보다 더한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윤고은의 소설 <무중력 증후군>은 <1인용 식탁>, <해적판을 타고>에 이어 세 번째로 접하게 된 책이었는데 앞서 읽었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개성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게 돼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글로 표현돼서 보는 즐거움이 상당했다. 2021년 현재를 돌아보게 해줘서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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