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그 안에 담긴 어른의 시선을 마주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이로부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사실을 잊고 지낼 때가 많아진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김소영 에세이로 출간된 <어린이라는 세계>를 통하여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안식의 바람을 맞닥뜨리게 돼 무척이나 기뻤다. 

 

한 권의 책으로 인하여 마음 한 켠 깊숙이 자리잡고 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오래간만에 되돌아 볼 기회가 생겨 흐뭇함이 밀려왔고, 지금의 어린이들이 구축한 세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일 또한 가능해서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걸 숨길 수가 없었다. 덕분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도서의 역할을 보다 확실히 깨닫게 돼 뜻깊었다. 

 

 

특히 과거에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하다 현재는 독서교실 선생님으로, 여전히 계속해서 어린이들과 함께 하며 그동안 경험하고 느낀 바를 토대로 써내려간 책 속 문장에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의 순수함과 현명함이 어른들에게 깨달음을 전하는 순간이 상당했고, 이로 인하여 저자의 어릴 적 에피소드 또한 만나보게 돼 의미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한 어른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고 곱씹어 보게 만들어줘서 이 점도 머리 속에 남았다. 어린이들에게 존댓말을 해야 할 필요성을 짚어주는 부분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노 키즈 존으로부터 비롯돼 노 배드 패런츠 존까지 확장된 얘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덧붙여,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코로나19 관련 어린이 특집 브리핑이 언급된 점도 흡족함을 전했다. 어린이를 위한 방송으로 기획된 것이었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시청함으로써 배울 점이 많았던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여기에 더해 어린이를 대하는 전문가들의 정중한 태도도 좋았다. 

 

그 와중에 독서교실 수업에서 활용하는 책이 재밌을 것 같아 몇 권은 메모를 해두게 됐고, 직접 읽어 본 도서가 등장할 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이와 함께 어린이를 만드는 건 어린이 자신이라는 저자의 말 역시도 짙은 여운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아이들의 일화를 접하다 보니 그 나이대의 나 자신이 어땠는지 떠올려 보는 일이 어렵지 않아서 감회가 새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에세이 안에 담긴 어린이들이 오히려 어른이 된 나를 보듬어주고 다독여줌은 물론,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며 한 뼘의 성장을 도와주는 기분마저 들어 읽어보기를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때때로 어른보다 훨씬 더 사려깊은 데다가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아이들이 앞으로 더욱 멋지게 자라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됐다. 

 

 

덕택에 <어린이라는 세계>, 그 안에 담긴 어른의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던 한때가 꽤나 보람찼다. 더불어 책에 담긴 글과 잘 어울리는 삽화도 시선을 사로잡았음을 밝힌다. 참고로, 에세이 속의 일러스트는 임진아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가볍게 읽으려고 선택한 에세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깨우침을 건네 받음에 따라 잔잔한 감동이 몸과 마음 가득히 스며들었던 독서 시간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디에서든 어린이를 만나면, 이제는 그들의 세계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하고 또 다짐한 뒤에야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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