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먹어버렸습니다 :: 폭식과 다이어트로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한 심리 에세이
김윤아의 책 <또, 먹어버렸습니다>는 제목과 더불어 '참다 참다 폭식하는 그 마음'이라는 부제를 통하여 읽기 전부터 음식과 관련된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내용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참고로, 식이 장애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과 관련된 심리적 이상 현상이나 병적 증세를 뜻하는 단어로써 거식증, 폭식증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식이 장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리하여 음식 중독으로 인해 나타나는 7가지 증상을 토대로 '나를 자꾸 먹게 만드는 것들'과 '나를 자꾸 못 먹게 만드는 것들'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게 써내려간 점이 인상깊었다. 그중에서도 스트레스와 마음의 허기로 인한 폭식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행동에 옮기게 되는 일 중의 하나라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상담자의 질문에 답을 해나가는, 일종의 Q&A 방식으로 이루어진 점도 궁금증을 해소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식이장애를 실제로 겪어 본 적 있는 식이장애 전문 상담사라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음에 따른 공감대 형성 또한 가능했음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등장인물 송화를 예로 들어서 주변 사람들이 식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 점도 기억에 남았다. 오빠가 셋이라 매번 전투적으로 음식을 먹어왔기에 식사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었던 송화의 모습을 머리 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카멜레온 효과를 어렵지 않게 머리 속에 저장할 수 있어 뜻깊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적재적소에 곁들여 써내려간 얘기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피곤하고 힘들 때 살이 빠지지 않고 도리어 찌는 이유와 스트레스를 풀고자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호르몬 분비와 연관지어 풀어놓은 점도 눈여겨 볼만 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미디어를 맹신한다거나 연예인들과의 비교는 금물이며, 본인이 섭취하는 음식에 대한 걱정을 쏟아내다가 오히려 건강에 해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부분도 충분히 납득이 가능했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감정을 음식으로만 해결하지 말 것을 당부함과 동시에 습관적으로가 아닌 가끔씩 야식을 즐기는 건 괜찮다는 말을 확인할 수 있어 안심이 됐다. 음식 섭취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음식 못지 않은 만족감이 채워질 수 있음을 피력한 문장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나의 식습관을 되돌아보게 만들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주고받는 감정 역시도 재점검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남다른 독서 시간을 만끽하게 돼 가치가 있었다. 에필로그 뒤에서 만나보게 된 식이장애 대처 가이드도 유익함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살기 위해선 먹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므로, 폭식과 다이어트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또, 먹어버렸습니다>가 마음에 위로를 전하는 심리 에세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책 제목과 표지의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어서 골랐던 책이었는데, 일상을 유지해 나가려 애쓰다 보면 때때로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을 다정스레 토닥여주는 기분을 접할 수 있어 읽어 보기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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