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 타락천사 편, 루카와 발렌티노의 이야기를 만나다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 타락천사 편>은 루카와 발렌티노, 두 천사가 인간세계에 내려와 예술가의 삶에 개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에는 4명의 등장인물이 존재하지만 루카와 다빈치, 발렌티노와 쟈코모를 1인 2역으로 한 명의 배우가 번갈아 연기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2인극의 재미를 만나는 것이 가능했다. 


오직 한 사람 앞에서만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천사이건만, 덤벙거리는 성격의 루카는 2번의 팩트체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아닌 조수 쟈코모에게 신분을 드러냄으로써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고야 만다. 이로 인해 타락천사 발렌티노는 루카를 방해하지 않고도 손쉽게 다빈치와 마주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게 된다.





예술가들이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자신이 지닌 재능을 통해 신의 영광을 찬양토록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띄고 지상으로 내려온 루카의 곁에는 항상 그의 일을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발렌티노가 있었다. 하지만, 발렌티노가 방해를 시작하기도 전에 스스로 무덤을 파는 건 루카였기에 다른 누구를 탓하기는 좀 힘들어 보였다.


공연은 배우가 관객들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의 독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막이 올라가면서 펼쳐지는 루카의 요절복통 난리법석 에피소드에 이어 발렌티노의 이야기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는데, 그제서야 왜 이 작품의 제목이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 타락천사 편>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은 늦게 등장한다는 법칙을 따르는 극이기도 했다.  


인간을 사이 둔 천사들의 대립이 아닌, 인간을 사랑하는 신의 대리인으로 지금까지 거쳐왔던 삶을 털어놓으면서 맞닥뜨리게 된 루카와 발렌티노의 시간이 흥미로움을 가중시켰다. 이와 함께 천사에 대해 소개할 때 날개는 보온용으로는 쓸만 하지만 다른 용도로는 값어치가 없어서 갖고 다니지 않는다는 설명이 재밌었다.


인간과의 애틋한 연관성을 지닌 천사를 통해 확인하게 된 예술적 면모 또한 눈여겨 볼만 했다. 실존했던 예술가를 등장시켜 재미를 더한 점도 의미있게 다가왔다. 



초연 때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작품이기에 궁금했는데, 이렇게 재연으로 만나볼 수 있게 돼 즐거웠다. 뿐만 아니라 강렬한 사운드의 넘버가 귀를 사로잡아서 이로 인한 중독성이 공연을 관람한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여운을 남기는 것이 사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음악에 비해 스토리 전개가 산만하고 지루함이 없지 않아 보는 내내 이해가 되기보단 머리 속에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순간들이 존재해 불친절함이 느껴지는 점은 아쉬웠다. 나름의 반전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궁금증을 해소하게 됐으므로 공연을 본 것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다시 관람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극으로 남게 되었다. 여기에는 타천 할인율도 한몫을 했는데, 프리뷰 할인 외에 재관람 할인이 올해 공연만 가능하다는 점도 씁쓸함을 안겨주었더랬다. 이러한 이유로 첫 관람 자체가 고민되는 게 당연했다지...... 




[루카 : 조풍래 / 발렌티노 : 허규]


그래도, 배우들의 열연에는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풍루카와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규발렌의 어우러짐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2인극이라서 대사 및 넘버 분량이 만만치 않을텐데 멋지게 소화해내는 모습이 최고였다. 특히 조풍래 배우가 이렇게 많은 노래를 부르는 걸 공연에서 본 것이 거의 처음이었던지라 이로 인한 수확이 남달랐다. 몸도 잘 쓰는 데다가 노래를 꽤 잘하는 배우였구나 싶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됐다. 루카와 다빈치의 온도차 또한 상당했기에 시선을 집중하며 지켜봤다. 


허규 배우는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극에 스며든 락 장르 넘버와 맞물리며 역시나 귀를 기울이게 도왔다. 발렌티노와 쟈코모의 비밀이 밝혀짐에 따라 확인하게 됐던 이야기 역시 놀라움을 전해줬기에 타락천사로 열연했던 그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공연이 <천사에 관하여 : 타락천사 편>이라는 점에서, 다른 버전도 만나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예감이 들었는데 그런 기회가 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해결하게 돕는 열쇠가 그 안에 존재할 것 같아서 더 그렇다.  


인간 못지 않게 얽히고 설킨 천사들의 인연을 만나볼 수 있었던 공연으로, 신명나는 음악 속에서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놀라움을 전했던 시간이었다. 덧붙여, 인간과 천사를 넘어선 생명의 위대함에 관한 메시지까지 접하게 돼 이 점 역시도 되새겨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천사의 존재를 예전보다 더 믿고 싶어지게 만들어 준 극이었기에 입가에 미소가 번져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상상해 왔던 모습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천사는 분명히 있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보니, 어쩌면 이미 곁에 와 머무르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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