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의 유언장, 결말을 향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 예측불허 유산상속 미스터리
신카와 호타테의 <전남친의 유언장>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대형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로 활약 중인 켄모치 레이코는 오직 돈을 향한 열망을 성취하고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진하는 인물로, 예기치 못한 사건에 발을 들이며 놀라운 변화를 맞닥뜨리게 된다.
레이코가 대학생 시절에 3개월 동안 사귄 적이 있던 모리카와 에이지는 명성이 자자한 제약회사의 후계자였는데, "내 전 재산을 나를 죽인 범인에게 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유언장을 남기고 30세의 나이로 사망에 이른다. 이와 더불어 자신과 교제한 경험이 존재하는 여자들을 위한 유산 또한 남겼기에, 뜻밖의 연락을 통하여 소식을 마주하게 된 레이코는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리하여 레이코는 대학 선배이자 에이지와의 친분이 남달랐던 시노다에게 연락을 취했고, 이로 인해 기묘한 유언장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시노다는 레이코를 대리인으로 삼아 에이지를 죽인 범인을 결정하는 범인 선출전에 나가 유산을 받을 계획을 세우는데, 그 와중에 유언장 원본이 보관된 금고 도난 및 예상치 못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위기에 처하고야 만다.
에이지가 범인에게 유산을 남긴 이유가 자신의 망령에 휘둘려 살게 될 것을 바라는 복수의 일환으로 결정된 것임을 알게 돼 놀라웠다. 그리고 작가가 전직 변호사였던 만큼,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만나볼 수 있게 해준 법률과 관련된 내용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제19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이라는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작품이었음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사건을 통해 지금껏 고수해 온 신념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여 미래를 향해 달려나가기로 결심한 주인공의 모습도 눈여겨 볼만 했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유산상속 미스터리 해결을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인물의 모습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 스토리 전개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막 데뷔작을 선보인 신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경력을 가진 것이 눈에 들어와 혀를 내두르게 된 순간도 있었다.
그냥 전남친이 아니라 전전전남친이었던 에이지의 죽음으로 인해 맞닥뜨리게 된 충격적인 상황 속에서 레이코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돈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성장하며 기분좋은 결말을 안겨줘서 기뻤다. 시작부터 물욕으로 가득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사건에 뛰어들며 에이스 변호사다운 프로페셔널함을 확인하게 해줘 관심을 집중시켰으며, 직접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각성해 예전과는 다른 미래를 그리는 심경의 변화도 미소를 짓게 만들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표지부터 결말을 향한 궁금증을 갖게 만들었던 예측불허 유산상속 미스터리, <전남친의 유언장>은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는 것이 장점이라 빠른 속도감을 중심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기발한 소재로 이루어진 탄탄한 사건의 흐름을 기반으로 캐릭터의 강점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작가의 다음 작품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문화인의 하루 > 책 읽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여행 에세이 (0) | 2021.07.08 |
---|---|
루팡의 딸, 신분을 감춘 두 사람의 연애가 초래한 로맨스 미스터리의 행방 (0) | 2021.07.01 |
나를 부르는 숲,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 속에 담긴 자연과 삶에 대한 고찰 (0) | 2021.06.07 |
달까지 가자, 일확천금의 꿈 앞에서 마주한 직장인의 현실 (0) | 2021.05.31 |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인물의 심리에 주목하게 만드는 미스터리 스릴러 (0) | 2021.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