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인물의 심리에 주목하게 만드는 미스터리 스릴러
서미애의 장편소설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는 등장인물의 심리에 주목하게 만드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책은 <잘 자요 엄마>의 후속작으로, 연쇄살인범 이병도와의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5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제 막 열 여섯이 된 하영은 과거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지속적인 심리 상담을 받지만, 사춘기를 맞닥뜨리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가중돼 마음을 다잡는 게 쉽지 않다. 그러던 와중에 새엄마 선경의 임신 소식과 더불어 강릉으로의 전학이 결정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일을 맞닥뜨리며 이와 관련된 새로운 사건에 급속도로 빠져들게 된다.
전학이 예정되어 있는 중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으로 죽음을 맞이한 유리의 가방을 산 속 깊은 곳에서 발견한 하영은 일기장을 통하여 그들의 정체를 알아냄에 따라 자신만의 방법 응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작에서부터 이어져 온 사이코패스의 서사는 하영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했는데, 궁금증을 자아내며 마무리된 얘기의 속사정을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에서 명확한 해답과 함께 제시하며 진상을 파악할 수 있게끔 도와 만족스러웠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온 하영은 선경을 좋아하지만 새엄마가 거리를 두는 모습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선경 역시도 하영과 가까워지고픈 마음이 간절하나 집 안으로 날아 온 박쥐를 공격하려 칼을 꺼내들던 순간을 포함해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이 연속되자 당황스러움이 앞서 손을 내미는 일을 망설이고야 만다.
그러나 하영의 아빠이자 선경의 남편인 재성으로 인해 마주하게 된 진실은 두 사람이 연대하여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게 만들며, 이에 따른 감동을 선사했다. 덕분에 희망을 일깨우는 결말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스토리 전개 자체는 학교 폭력, 살인, 가스라이팅 등의 소재가 두루 사용됨에 따라 줄곧 어두운 분위기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단단해지는 인물들의 유대감이 한 줄기 빛을 선물하며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음을 인정한다.
다만 <잘 자요 엄마>를 꽤 오래 전에 읽었던지라 <모든 이름에는 비밀이 있다>를 만나는 동안 전작의 내용을 떠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지난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담아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이왕 읽는다면, 첫 번째 책부터 차례대로 섭렵할 것을 권하는 바다.
덧붙여, 이 작품은 3부작으로 계획된 시리즈물이라고 하니 마지막 이야기 역시도 기다려 보기로 했다. <잘 자요 엄마>에서 오해로 말미암아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던 하영과 선경이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통해 서로의 손을 맞잡게 되었으니, 이에 따른 시너지가 선사하는 완벽한 매듭의 결말을 보고 싶다.
이러한 이유로, 하영의 고독한 내면과 선경의 복잡다단한 속마음이 투영된 섬세한 심리 묘사 속에서 완성되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묘미가 눈여겨 볼만 했던 책이었다. 전작에 비해 긴장감은 조금 덜했지만, 인물들의 속내에 초점을 맞춤에 따라 디테일한 설정이 돋보여 괜찮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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