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요가 :: 요가에 진심이 되어버린 저자의 전력투구 에세이
고백하건대, 나는 요가에 소질이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요가 붐이 한창일 때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요가는 내게 감히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지닌, 오직 다른 이들을 위한 운동법으로만 각인된 상태였다.
하지만 아예 시도를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과거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몰라도, 가까운 문화센터의 요가수업에 자진 등록해서 강의를 따라가려 애써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만 가면 되는 거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세를 제대로 잡는 일이 힘들어 금새 열정이 식어버렸고, 결국 재등록은 하지 않게 됐다.
그렇게 요가와 관련된 뼈아픈 경험을 보유한 입장에서 마주하게 된 박상아의 <아무튼, 요가>는 아무튼 시리즈 21번째 책으로 놀라움과 흥미진진함을 동시에 전해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흐름에 몸을 맡기며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라는 부제를 가진 저서는, 요가에 진심이 되어버린 저자의 전력투구 에세이로 색다른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이유로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간직해 온 저자가 성공적인 일본 유학 생활을 바탕으로 뉴욕의 패션계 회사에 취업하려다 요가 강사가 되어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이야기는, 기상천외한 스토리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남다른 감동을 전했다.
막상 도착한 뉴욕에서 당장은 영어학원에 가는 일을 제외한다면 남는 건 시간이고 없는 건 돈이었던 저자는 친구가 안내한 저렴한 요가원에서의 수련을 통하여 요가에 눈을 뜨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하여 다양한 종류로 점철된 요가의 세계로 흠뻑 빠져드는 순간들이 관심을 집중시켰다.
제대로 된 요가 자세를 취하고자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호흡의 중요성에 집중하며 밸런스를 맞춰나감으로써 수련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가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패션 학교에 다닐 생각으로 토플 점수를 획득하려 노력하던 때보다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하여 수업 내용을 통째로 외우다 보니 영어 실력이 확연히 늘어버린 에피소드도 눈여겨 볼만 했다.
뉴욕에서 꾸준히 하면서 그나마 좀 잘하게 된 게 요가였지만 자격증을 쟁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고, 그 이후 강사로 어렵게 얻은 수업시간을 이끌어 나가는 시간 속에서 시행착오가 반복돼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눈물겹게 느껴졌다. 그러나 포기 대신, 여러 종류의 요가 강사 자격증 획득에 심혈을 기울이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꿈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덕분에 <아무튼, 요가>를 읽으며 지금껏 접하지 못한 요가의 심오한 세상을 맞닥뜨리게 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요가가 그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찰나를 부여해 줌으로써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해주는, 수련의 일종임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돼 뜻깊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요가라는 생각지 못했던 꿈을 발견함에 따라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음을 내딛던 저자의 올곧은 결단력이 공감을 자아냈기에 보다 깊은 몰입이 가능했다. 지금껏 품어 왔던 패션의 길을 과감히 접고 뉴욕 요기로 살아가게 된 저자의 시간이 삶의 의외성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해줘 흐뭇함이 밀려왔던 <아무튼, 요가>였다.
이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목소리만 들어 본 적 있는 이효리의 요가원 스승에 대한 내용도 확인하게 돼 감명깊었다. 덧붙여,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페이지에 이효리의 요가 실력에 대한 부분을 곁들여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점도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다.
해가 거듭될수록 나이를 먹어가는 시점에서 예전보다 요가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는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돼 만족스러웠다. 아무리 그대로 저자처럼 요가에 전력투구할 마음까지는 들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심신을 다스리며 에너지를 북돋아 줄 수 있는 긍정의 힘을 가진 운동임을 인정하므로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천천히 가까워져 보려고 한다.
요가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나날이 내게도 찾아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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