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녹여낸 에세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무방하다. 하지만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 순간을 머리 속에 떠올려 보기란 도무지 쉽지 않다. 그래서 다소 막연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마음 속에 가득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오직 한 가지 바람만이 간절해졌다. 그건 바로, 생의 끝에 다다라 편안히 눈을 감는 것. 저자의 유일한 꿈처럼 말이다. 

 

다스슝의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는 장례식장 직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담아낸 자전적 에피소드 모음집으로, 지금껏 제대로 접해 본 적 없는 새로운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채롭게 만나는 일이 가능해 흥미로웠다. 하물며 그곳이 무려 장례식장이라서, 읽는 내내 놀라움과 충격의 연속이었다. 

 

 

특히, 본인이 겪은 사건사고를 중심으로 장례식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해 낸 문장들 속에서 쉽사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안타까운 사연도 많았지만, 재밌는 사건사고도 적지 않아 웃음이 나오는 순간도 상당했다. 취직이 되어 첫 출근을 한 날, 고객이 찾는 이름의 정체가 시신이 아니라 사장님이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당황하던 일화도 눈여겨 볼만 했다. 신입사원이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긴 했는데, 아무래도 근무처가 장례식장이라서 이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와 함께 각기 다른 죽음을 맞이한 시신은 '그네 타기(목매달아 죽은 시신)', '피터팬(투신자살한 시신), '헐크(부패가 심한 시신)', '검둥이(번개탄을 피워 죽은 시신)' 등으로 지칭하는 용어에 차이가 존재했는데, 심각하고 무거운 사건을 처리하면서 유가족들과 같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조치임을 알게 되니 그 심정이 이해가 돼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하여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돼 이 또한 의미가 있었다. 

 

저자가 첫 직업으로 가졌던 편의점 점원에서 요양보호사를 거쳐 장례식장 직원이 된 이유 또한 만나볼 수 있어 뜻깊었고, 지인의 시신을 맞닥뜨리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얘기도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인생의 수많은 문제는 다지선다형으로 보여도 실은 주관식일 때가 더 많다는, 자신의 사무치는 과거를 토대로 써내려간 명문장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이 마냥 무겁지만은 않았다. 저자의 톡톡 튀는 발랄한 문제가 한 권의 도서에 고스란히 묻어남으로써 미소를 지으며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의외로 많아서 신선했다. 화사한 컬러감이 돋보이는 책표지를 닮은, 적당히 가볍고 재밌는 일화가 어우러져 지루함 없이 페이지를 넘기는 일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적절히 녹여낸 에세이로 인한 몰입감이 대단했다. 

 

 

저자만의 개성이 담긴 글 속에서 시신과 유가족의 관계가 일깨워준 삶과 죽음의 희로애락, 저자의 고단했던 가정사와 녹록지 않았던 과거는 물론이고 장례식장 직원들과의 시간을 통하여 마주하게 된 서사가 현실을 되돌아보게 해준 에세이였다.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장례식장을 소재로 쓰여진 책에 담긴 재미와 감동이 기대 이상이라 읽기를 잘했다 싶었다. 가벼움과 묵직함 사이를 오가며 균형감 넘치는 다채로운 에피소드의 묘미가 탁월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주어진 오늘에 진심을 다하며 살아보려고 한다.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뤄두지 않고, 매일 새롭게 찾아오는 오늘의 시간에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확신한다. 후회없는 죽음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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