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스럽게, 도시락부 :: 동아리 멤버들이 전하는 달콤쌉쌀한 인생의 맛

범유진의 장편소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는 제목 못지 않게 눈에 쏙 들어오는 표지 디자인이 관심을 집중시킨 작품이었다.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선사하는 도시락과 더불어 그쪽으로 젓가락을 향하는 누군가의 손길이 첫 페이지를 펼치기 전부터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기에,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지 매우 궁금했다.
이 책은 어쩌다 보니 도시락 연구부로 활동하게 된 동아리 멤버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확인하게 도우며 흥미진진함을 이어나갔다.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급식 대신 도시락을 직접 싸게 된 윤모아, 아이돌 활동을 통하여 유명해졌으나 무용의 꿈을 포기하지 못해 엄마와 대립하며 고뇌하는 강보라, 도시락부의 부장으로 요리사의 꿈을 위해 노력 중인 민태준, 오빠의 죽음 이후 유도를 그만두고 1년 늦게 입학한 신입생 최수빈, 수학천재로 화이트 해커의 능력까지 갖춘 최수빈의 남자친구 이신기. 이렇게 다섯 사람이 각 챕터의 주인공을 맡아 들려주는 에피소드 속에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남다른 인연이 존재함으로써 흥미로움이 더해졌다.
소설을 본격적으로 만나보기 전까진 그저 맛있는 도시락 연구에 힘쓰는 동아리 부원들의 유쾌한 청춘 스토리가 전부일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10대 청소년들이 감당해 내야 할 인생의 무게가 마냥 가볍지 않음을 깨닫게 돼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냥 우울한 삶은 아니었다. 도시락부 안에서 오가던 풋풋한 설렘의 로맨스와 돈독한 우정은 물론이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얘기 역시도 확인하게 돼 뜻깊었다. 여기에 더해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시간 속에서 그동안 감춰져 있던 과거의 진실이 밝혀짐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서 이 또한 의미가 있었다.
이와 함께 학교 정자에 모여 도시락부를 결성하게 된 멤버들의 독특한 개성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어떤 도시락이든 종류에 상관없이 가져올 수 있고,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땐 젓가락만 챙겨와도 괜찮다는 느슨한 규칙이 다정한 온기를 만나보게 해줘서 마음에 들었다.
학창시절에 도시락을 싸갖고 다닌 경험이 존재해서 아련한 추억의 향수를 마주하게 해줬다는 점에서도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점심시간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반찬을 나눠 먹으며 보냈던 행복한 한때는 세월이 오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서.
초반에는 각기 다른 오해와 갈등으로 충돌하는 일이 없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다섯 멤버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의 순간을 극복해 냄에 따라 도시락부의 단단한 결속력이 도드라져 엄지를 치켜들게 도왔다. 덧붙여, 도시락부는 아니지만 수빈의 오빠 수형의 사연까지 맞닥뜨림에 따라 모든 퍼즐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돼 감동적이었다.
휴머니즘을 토대로 하이틴 로맨스와 미스터리 스릴러가 접목된 청춘물의 묘미가 읽는 재미를 극대화한 성장소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였다. 주인공들의 서사에 걸맞는 음식이 부제로 곁들여져 조화를 이루어낸 것도 만족스러웠고, 도시락과 관련된 촘촘한 스토리 전개도 인상적이라 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책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락부 멤버들이 건넨 달콤쌉쌀한 인생의 맛을 음미하며 녹록치 않은 현실에 맞서보기로 한다.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시락 소풍의 날이 하루 빨리 찾아오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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