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솜에게 반하면,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접목된 흥미진진 성장소설
허진희가 써내려간 <독고솜에게 반하면>은 제10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에 선정된 책이자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접목됨으로써 마주하는 게 가능했던 흥미진진한 성장소설로 눈길을 잡아끌었다. 거듭되는 사건 속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10대 청소년들의 삶과 우정이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열네 살의 중학생 서율무는 명탐정을 꿈꾼다. 같은 반에서 여왕처럼 군림하던 단태희는 전학 온 독고솜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박선희를 통해 터무니 없는 소문을 내고 물건을 망가뜨리는 등의 괴롭힘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까지 교실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내보이지 않던 은영미가 묻지마 폭행을 당해 입원하는 일이 발생, 여기에 예기치 못했던 또다른 사건이 벌어지자 서율무와 독고솜은 힘을 합쳐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새하얀 피부에 긴 생머리를 지닌 독고솜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로, 마녀의 기질을 갖고 태어남에 따라 주문을 통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와 함께 <독고솜에게 반하면>의 스토리 전개가 서율무와 단태희의 시점이 교차되며 흘러가는 과정 안에서 독고솜의 남다른 개성이 한층 더 극대화되는 순간이 반복돼 나 역시도 독고솜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본 것만을 믿는 서율무가 말을 건넴으로써 비롯된 독고솜과의 우정이 반짝반짝 빛나서 입가에 미소가 떠날 줄 몰랐고, 그렇게 솜이에게 반해버린 율무의 모습이 귀여웠다. 한 마디의 용기가 소중한 친구라는 값진 보물로 돌아온 데다가 소문의 진상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기에 둘의 친분은 시간이 흐를수록 두터워 지는 게 당연했다.
반면에 단태희는 1인자의 위치를 지키면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싶은 욕망을 쉽사리 놓지 않게 나락으로 빠져드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었으나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존재함을 알기에 마음이 아팠다. 뿐만 아니라 박선희와 단태희의 연결고리 역시도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10대의 시간을 벗어나 어른으로 지칭되는 나이를 살아가는 이들도 충분히 공감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마음에 남았다. 그리하여 누구나 거쳐가는 어린 시절의 과도기를 중심으로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적절히 가미해 호기심을 놓치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있게 완성한 작가만의 재치발랄한 구성이 돋보였다.
뿐만 아니라 연필을 손에 쥔 채로 눈을 감은 독고솜과 그런 독고솜을 빤히 바라보는 세 사람(서율무, 단태희, 박선희)의 시선을 통해 작품 안의 얘기를 오롯이 담아낸 책표지도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책 속 고양이의 존재감도 남달랐다. 마녀와 고양이의 조합도 익숙하지만 새로운 요소가 곁들여져 그로 인해 만나볼 수 있었던 반전도 눈여겨 볼만 했다.
마지막으로 명탐정의 꿈을 간직한 서율무와 함께 경험할 수 있었던 미스터리 중심의 사건 추리와 마녀 독고솜이 일깨워준 판타지의 매력이 <독고솜에게 반하면>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유쾌한 성장 마법의 찰나를 누릴 수 있어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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