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나를 위한 투자는 소중해
신예희가 써낸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은 소비를 통해 맞닥뜨리게 되는 감정의 희로애락을 재치발랄한 문체로 솔직하게 풀어냄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나가는 게 가능한 책이었다. 맥시멀리스트의 대명사로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저자의 물욕 가득한 경험담이 녹아든 에세이는, 과감한 단어 선택으로 호기심을 자아낸 제목과 화려한 색채가 돋보이는 표지의 결합이 그 안에 담긴 내용과 적절히 어우러지며 흥미로운 세계로 안내했다.
귀 얇은 소비자의 대표격과 다름없다고 자신을 소개함과 동시에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여왔던 단어, 돈지랄이 우리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설파하는데 온 힘을 기울인 저자의 주장은 꽤나 설득력 있고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돈을 쓴다는 건 마음을 쓰는 것과 다름 없으므로 내 몸뚱이의 쾌적함과 마음의 충족감을 위하여 비용을 지불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며 돈지랄의 역사를 이어나가겠다는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남다른 공감대를 형성하고도 남았음은 물론이다.
이중에서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어떤 것이든지 가격이 아닌 성능과 품질에 신경을 써서 구입하게 된다는 사실, 이로 인해 나의 시간을 아껴주고 수고를 덜어줘 체력을 비축하는데 도움을 주는 물건을 기쁘게 장만하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우리 또한 저자 못지 않게 살아가는 동안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의 진정성을 마주하게 되었고, 원 플러스 원 및 할인 상품의 함정에 허우적거리다 빠져 나오는 일이 다반사라 위에서 언급한 현명한 소비의 깨달음을 절절히 실감하게 된 지 오래다.
그리하여, 하루의 대부분을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직업을 가짐에 따라 노트북을 포함한 관련 물품에 돈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도 충분히 납득이 가능했다. 요리에 소질이 없음을 인정한 뒤부터 맛있는 음식을 사서 먹으며 섭취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부분 역시도 마찬가지. 평소에 애용하는 물품에 돈을 더 들여 프로페셔널함을 갖추고, 재능이 존재치 않는 일에 시간 낭비를 줄여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해 나가는 모습도 멋져 보였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이 형성되기까지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음을 알기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와 함께 숙소에 돈을 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여행을 만끽했던 젊은 날과는 달리, 지금은 편안하고 안전한 숙소를 찾는데 집중해 그곳에 온전히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여행을 누리는 모습이 감명깊었다. 마흔 살에 운전을 시작하며 본인의 기준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옵션 추가로 과감한 지름을 선보이던 에피소드에선 저자다움이 느껴져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좋다는 걸 두루두루 써본 다음에 가장 맘에 드는 것 딱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사람이 미니멀리스트라며 현재의 소비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점도 유쾌함을 전했다. 그러므로, 일단은 돈을 쓸 만큼 써보고 나서야 나에게 어울리는 물건을 찾을 수 있다는 말에 수긍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철저한 가계부 작성과 적금으로부터 비롯된 꾸준한 저축 위주의 생활습관이 돈지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밝혀 감동적이었다. 욜로 말고, 미리미리 계획해서 소비하며 돈지랄을 해나가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소비 트렌드일 테니까 말이다.
저자는 돈지랄로 인해 발생했던 수많은 소비의 기쁨과 슬픔을 맛깔나는 문장으로 표현하며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친구와 수다 떠는 느낌이 들어 친근한 기분이 들었고, 저자만의 물.좋.권(물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지 않아요) 아이템도 여럿 만나보게 돼 재밌었다.
신예희만의 소비스타일을 통해 완성된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이 책을 접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닿을 수는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배울 만한 점이 포착되었다는 점에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던 이야기 속에서 사랑과 정성을 쏟음으로써 찾아낸 물건에 대한 자부심 또한 확인하게 돼 뜻깊었다.
무엇보다도 우선순위의 가장 맨 위에 존재하는 것이 나임을 잊지 않고, 좋은 것을 욕심내며 거침없이 지름을 선보일 것을 다짐한 저자의 마음가짐은 오래도록 머리 속에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니 우리도 반드시 기억하자.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귀하고, 나를 위한 투자는 소중하다는 삶의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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