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 일확천금의 꿈 앞에서 마주한 직장인의 현실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회사의 월급만으로 생활하기 빠듯한 상황에 직면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보다 조금 더 풍족한 삶의 여유를 누리고자 재테크 열풍에 합류한 사람들이 다수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고로 재테크란, 재무 테크놀로지의 줄임말로써 투자를 통하여 돈을 벌거나 재산을 불리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재테크를 위한 투자 방법에는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이 있다. 주식과 부동산에 비하여 가상화폐 투자로 인한 재테크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나 앞서 언급한 수단들에 비하여 일확천금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한가와 더불어 하한가는 물론이고 투자자를 위한 보호 장치가 마련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고민하여 발을 들이는 일이 필요하다.
장류진의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는 앞서 언급한 재테크 중에서도 가상화폐(암호화폐) 투자를 통하여 일확천금의 꿈에 가까워졌으나 그로 인해 마주하게 된 직장인의 현실을 일깨우는 책으로, 하이퍼 리얼리즘의 극치를 확인하게 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그런 의미에서 현실과 꿈 사이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이어 나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마론제과 경영지원실 구매팀의 은상, 회계팀의 지송, 브랜드실 스낵팀의 다해는 나이와 연차는 각기 달랐지만 오리엔테이션을 같이 받은 것을 계기로 돈독한 직장동료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이로 인하여 그냥 친한 회사 사람에서 속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로 자리매김한 후, 다해와 지송은 은상의 권유로 가상화폐 중의 하나인 이더리움 투자에 뛰어든다.
은상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돈을 굴려 수익을 얻는 일에 진심이었다. 지송과 다해에게 이더리움을 권유할 때도 무작정 투자를 하라며 논리 없는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부터 블록체인의 개념까지, 암호화폐의 정의와 기본적인 내용을 토대로 체계적인 결론을 선보였기에 읽는 동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회사에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원으로 일하며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더 나은 곳으로의 이사를 꿈꾸던 다해는 은상의 얘기를 곱씹어 보다 적금을 깨서 가상화폐의 길로 향한다. 그리고 지송도 결국에는 두 사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비공채 출신으로 인사 평가가 이루어질 때마다 무난 등급을 받는 일에 지쳐버린 직장인 3인의 일탈은, 독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성취하며 달까지 가기를 바라고 또 바라도록 만들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성공을 통하여 대리만족이라도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그래프가 계속될수록 불안감과 초조함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은상의 리드 하에 꿋꿋하게 버티던 그들의 모습을 보며 손에 땀을 쥐는 순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마침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며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움직이던 셋의 선택에 미소를 짓는 것이 가능해 기뻤다.
소설 <달까지 가자>는 다해의 시점으로 쓰여졌다. 덕분에 가상화폐 투자에 적극적인 은상과 이를 부정적으로 보던 지송 사이에서 직장인의 현실과 일확천금의 꿈을 눈 앞에 두고 균형을 맞춰 나가려 애쓰던 모습이 눈여겨 볼만 했다. 이와 함께 엄청난 수익을 거머쥠에 따라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살게 된 은상과 벌어들인 돈으로 창업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하기로 마음먹은 지송이 퇴사를 결심한 것과 달리, 초코밤이라는 이름의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마론제과의 직원으로 남을 것을 선택한 다해의 선택도 인상적이었다.
"난 이게 우리 같은 애들한테
아주 잠깐 우연히 열린,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해."
- 장류진 <달까지 가자>, 102쪽 -
모든 직장인들의 꿈은 퇴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의 퇴사 소식이 들려왔고, 이와 같은 재테크에 입문해 꿈을 현실로 이뤄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졌다.
다해도 처음에는 은상, 지송과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하지만 두 사람처럼 어마어마한 자금도, 기막힌 사업 아이템도 없었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해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 또한 가능했다.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기회를 손에 넣었지만 그것은 끝이 아닌 또다른 출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지송과 은송 못지 않게 앞으로 펼쳐질 다행의 일상을 응원하고 또 응원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장류진은 여태껏 단편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2020 제 11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속 '연수' 등의 짤막한 이야기 위주로만 접해 본 적 있는 작가였기에, 첫 장편소설로 일컬어지는 <달까지 가자>와의 만남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의 대가답게 마론제과 속 직장인들의 시간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절절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도왔고,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접목하며 돈에 대한 내용으로 나의 현실과 자산을 돌아보게 만들어줘서 뜻깊었다.
덧붙여, 일확천금이 손에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금액의 규모에 따라 미래와 노후를 생각하며 무조건 퇴사를 마음먹게 되진 않을 거란 예감이 들어서 다해의 결말에 더 수긍이 갔다. 회사에서 진심을 털어놓고 의지할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펼쳐졌던 세 사람만의 행복한 순간도 아름다웠다.
눈 앞에서 맞닥뜨린 아주 잠깐의 찰나, 그 우연하지만 유일한 기회를 잡은 마론제과 회사원 3인의 요절복통 직장생활과 가상화폐 투자기가 더해졌던 소설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일확천금은 아니더라도 소소한 수익 달성을 통한 미래를 계획하는 일은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끊임없는 공부와 분석을 통한 재테크는 필수인 법이니까. 달까지는 못 가더라도, 일단 날아오르기는 해야 하지 않겠냐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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