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사는 동안 멈출 줄 모르는 삶의 이야기를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는 소라, 나나, 나기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가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었다. 그리하여, 작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독특한 문체가 세 사람의 뚜렷한 개성에 걸맞는 문장들로 완벽하게 구현되며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든 것이 소설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아버지 금주의 죽음 이후에 허망한 것이 인간의 인생이므로 무엇에도 애쓸 필요가 없다는 어머니 애자의 말을 깊이 새기며 지내다 결국에는 엄마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 언니 소라, 임신 후 남자친구와의 의견 차이로 인해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기를 원하는 동생 나나, 소라와 나나에게 큰 힘이 되어준 옆집 오빠로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같은 반 동성 친구에 대한 사랑을 평생 간직한 채 살아온 나기의 얘기를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차례대로 만나보는 일이 가능해 흥미로웠다.

 

 

그들의 인연은 이주를 목적으로 지어진 동네의 어느 집 창고로 사용하던 지하실에 자리잡은, 양쪽 방향으로 트인 벽을 하나 세워 현관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두 개의 셋집에 살게 되면서부터였다. 특히, 나기의 엄마인 순자가 아들은 물론이고 소라와 나나 자매의 도시락까지 챙겨주며 형성된 네 사람 사이의 유대감은 가족보다 더 깊은 이웃의 정을 맞닥뜨리게 하며 감동을 전했다.

 

자매 사이의 다툼은 흔한 일이지만 동생의 임신으로부터 비롯된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으므로, 소라와 나나의 갈등이 깊어져감에 따라 대립학게 된 둘의 가치관 또한 눈여겨 볼만 했다. 이와 함께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이 나나에게서 터져나와 인상깊었다.

 

가난과 더불어 예기치 못한 절망이 지속되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저마다의 인생을 꽃피운 소라, 나나, 나기의 삶은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멈추지 않고 굳건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셋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진 책이었기에 이러한 여운이 심장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렇게 희망을 전하는 작가의 속내를 확인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애쓰기보단 그저 적당한 삶의 온도를 유지해 나가며 살고픈 소라, 남자친구 모세의 집에 방문해 부모님을 만난 이후에 결혼만이 정답은 아님을 깨닫게 된 나나, '삯'이라는 이름의 작은 바를 운영하며 이빨이 부러진 틈새로 밀려오는 공허함을 견디며 사고 있는 나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세 사람의 삶을 만나게 돼 뜻깊었다. 

 

 

허를 찌르는 어투의 신비로운 매력이 읽을수록 몰입감을 더해줘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책 속으로 푹 빠져들게 도왔던 황정은의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였다. 때때로 사는 게 덧없고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끔은 살아 있어 다행이라고 여기게 되는 때가 존재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의 울림이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 역시도, 계속해서 살아가야만 한다. 소라, 나나, 나기가 그러했듯이. 이와 함께 책 속에서 순자, 소라, 나나, 나기가 다같이 모여 엄청난 양이 만두를 빚는 에피소드가 감명깊었다. 고기 듬뿍, 두부 듬뿍, 김치를 듬뿍 넣어 만드는 만두의 이름이 순자의 순을 붙인 순만두라는 점에서도 의외의 다정함이 전해져 와 읽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따뜻함이 퍼져 나갔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해보겠습니다, 사는 동안 멈출 줄 모르는 삶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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