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몰, 짧지만 강렬한 스펙타클 약탈 액션 누아르
강지영의 <살인자의 쇼핑몰>은 짧은 분량의 이야기 속에서 강렬한 스펙타클 약탈 액션 누아르와 짜릿한 스릴러적 요소를 동시에 경험하도록 만들며 읽는 내내 흥미진진함을 이어간 소설이었다. 그리하여, 예상을 뛰어넘는 기발함과 놀라운 속도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안은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고 삼촌 정진만과 함께 살아가며 그가 은연중에 가르쳐주는 생존법을 전수받는다. 한때 도박판을 전전해 왔던 삼촌은 온갖 잡화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해 생계를 꾸려나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학에 입학한 지안은 서울에서 홀로 살아가다 낯선 전화 한 통을 받게 됨으로써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한다.
삼촌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옛집과 쇼핑몰 창고가 있는 곳으로 향하던 지안은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 정민을 만난다. 그리고 삼촌의 일을 돕는 알바를 해왔다는 정민의 도움을 받아 더헬프닷컴 쇼핑몰 페이지에 접속하게 되는데, 여기서 머더 헬프라는 또다른 웹사이트의 존재를 발견함에 따라 지안의 인생은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상반된 면모를 지닌 두 쇼핑몰의 정체를 밝혀냄으로써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지안과 삼촌이 죽었음을 알게 된 살인자 집단의 습격이 교차되며 펼쳐지는 스토리 전개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뒤틀린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어둠의 세계를 향한 날선 시선을 중심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쇼핑몰 창고를 정복하기 위해 달려드는 약탈자들 사이에서 지안은 삼촌이 남긴 공간을 지켜내야만 했다. 그 와중에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 속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별해 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삼촌에게 훈련받은 대로 몸이 기억하는 걸음을 따라 움직이자 지안에게도 조금씩 빛이 보였다.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 속 박진감 넘치는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동안,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심리 게임과 더불어 가진 것을 지키려는 자와 가지지 못한 것을 빼앗으려는 자의 치열한 싸움이 계속돼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클라이막스에서 마주하게 된 반전도 놀라웠지만, 모든 것을 알아차린 지안의 선택 또한 매우 인상적이라 기억에 깊이 남았다. 삼촌 못지 않게 단단한 심장을 보유한 지안의 앞날이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됐다.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반복되어 온 일상의 가르침 전부가 조카를 지키기 위한 삼촌의 전략임을 깨달을 수 있어 이 또한 감탄을 자아냈던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이었다. 수상한 쇼핑몰을 둘러싸고 벌어진 약탈 누아르는 기상천외한 액션과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심리전,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와 주인공의 모험까지 더해지며 남다른 묘미를 전해주었다.
은근히 두터운 친분을 확인하게 해주던 조카와 삼촌의 케미도 만족스러움을 극대화시켰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사용되지 않은 복선과 이에 따른 떡밥 회수까지 탁월함을 자랑해서 재밌게 잘 봤다. 여러모로, 영화화가 되어도 괜찮겠다 싶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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