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마법의 요리가 선사하는 삶의 기적

구상희의 장편소설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는 마법의 요리가 선사하는 삶의 기적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현실과 판타지가 적절히 녹아든 작품으로, 이에 따른 균형이 잘 맞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채롭게 경험하는 일이 가능했다. 

 

소원을 이루어지게 만드는 음식을 판매하는 마녀식당을 중심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사다난하게 보여지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마녀식당의 탄생 비화로부터 비롯된 스토리 전개가 이곳을 찾은 손님들의 뒷이야기는 물론이고 식당에서 일하게 된 세 사람의 사연까지 조명하며 이목을 집중시켜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오래 만난 남자친구에게 차인 것도 모자라 머나 먼 지방 지사로의 인사발령을 통보받고 고민하던 진은 엄마의 꼬드김에 넘어가 회사를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과 여태껏 모아 둔 결혼자금에 대출까지 받아 외진 곳의 작고 허름한 식당의 주인으로 거듭난다. 가게를 오픈하고 몇일 동안은 손님들이 몰려들어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사기를 당함에 따라 식당은 금방 망해버렸고, 엄마는 아빠의 병구완을 위해 시골로 내려가게 된다. 그리하여 혼자 남은 진에게 마녀가 찾아오며 새로운 일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매물로 내놓은 식당이 마음에 든다며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주는 마법의 요리를 만들어 팔겠다는 마녀의 얘기에 진은 당황한다. 그러나 소원을 빌고 난 뒤에 마녀가 만든 음식을 먹은 진은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고, 이날을 기점으로 동업을 시작한다.

 

해 질 무렵부터 해 뜰 때까지 영업하는 마녀식당은 하루에 한 테이블만 예약을 받아 원하는 소원에 걸맞는 메뉴를 선보인다. 손님은 이루고자 하는 소원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남김 없이 요리를 먹고, 소원이 이루어지고 나면 이에 걸맞는 비용을 음식값으로 지불한다. 이때 마녀는 소원에 따른 대가를 돈으로 받지 않고, 상대방이 소중하게 여기던 한 가지를 가져가며 읽는 이로 하여금 남다른 깨달음을 경험하게 도왔다.

 

손님의 주문에 의해 만들어지는 마법의 요리는 신비로운 재료들의 조합이 호기심을 자극하긴 했지만, 이로 인해 완성된 음식의 맛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여겨져 쉽사리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 만큼, 요리의 주인공에게는 소원을 향한 간절함이 양념처럼 스며들어 최고의 요리로 기억될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사람들이 마녀식당에서 털어놓은 소원은 각양각색이었고 이로 인해 마주하게 된 속사정 역시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지녀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와 함께 마녀식당의 주방장 마녀, 조수 진, 일꾼 길용이 선사하는 에피소드 역시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확인하게 해줘서 놀라움을 전했다.   

 

 

그중에서도 이 책이 재밌었던 건, 마녀식당을 방문한 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마무리되는 해피엔딩을 맞닥뜨리게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각각의 결말은, 소원을 이루고 난 사람들의 인생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알려줘서 더 뜻깊었다. 

 

소원이 성취됨으로써 더 나은 선택이 기다리는 미래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고, 원했던 소원이 이루어진 줄 모르고 살아갈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며 감탄을 자아내는 순간들이 기억에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갈 바란다면, 마법의 대가 역시도 감수해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되겠다. 

 

식당에 온 손님들을 토대로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와 더불어 이야기 전체를 연결해주는 마녀식당 직원들의 서사 또한 만나볼 수 있어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일이 가능한 책이었다. 다만 제3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장편부문 대상 수상작으로 2016년에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2021년 현재의 시대에 다소 뒤쳐지는 진부한 서사적 흐름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좀 아쉬웠다.

 

덧붙여 최근에 이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녀 역의 송지효, 진 역의 남지현, 그리고 길용 역에는 채종협이 캐스팅되었다고 하는데, 원작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강점을 지닌 작품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지금 상황에서 궁금한 건, 마녀식당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부엌의 모습이라는 점을 밝히며. 

 

마지막으로 장점과 단점을 고루 갖춘 장편소설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는 간절한 소원 하나 쯤 마음 속에 품고 사는 우리들을 위한 책이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마녀가 준비한 마법의 요리를 먹고 소원을 이루고픈 생각보단 그냥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살아가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힘을 내는 게 정답임을 확신케 해주었으므로, 읽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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