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닥터스 :: 휴먼 메디컬 로맨스의 다정함에 취하다
드라마 <닥터스>는 휴먼 메디컬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의학적인 부분과 로맨스적 요소를 동시에 녹여내며 메시지를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놀라운 인연의 연결고리를 의사로 살아가는 인물들에 투영시켜 흥미로움을 전했다. 진심을 울리는 주연 배우들의 내레이션이 좋았고, 명대사가 참 많은 드라마라 보는 동안 곱씹어보게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머니 밑에서 살아가며 스스로를 망가뜨리던 여고생 혜정이 삶의 은인과도 같은 존재를 만남에 따라 변화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부상을 당했음에도 여의사를 거부하는 조직폭력배 두목을 치료하기 위해 수하들과 거침없이 맞서며 승기를 잡는 모습으로부터 시작된 드라마는 현재를 되돌려 혜정의 과거를 통해 불량학생 시절의 그녀를 소환해 냄으로써 놀라운 재미와 감동이 담긴 사연을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의사가 되기까지 험난했던 시간을 보내왔던 혜정은 본인에게 남은 임무를 완수하고자 계약직으로 부임한 병원에서 다시 한번, 끝까지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순간들이 다채로운 감정의 움직임을 경험하게 만들며 드라마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했다.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달려왔던 지라 사랑은 잘 몰라도, 다른 건 척척 잘해내는 모습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켜 나가고자 하던 모습도 볼만 했고, 나만의 신념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가 보여주는 저돌적인 행동력에도 배울만한 점이 없지 않았다. 혜정이 할머니 말순의 의료사고를 밝혀내고자 앞뒤 재지 않고 달려오며 진실을 파헤치던 장면들과 여러 환자들을 겪음에 따라 맞닥뜨릴 수 있었던 스릴러적인 면모도 드라마를 시청하는데 맛깔나는 양념을 더했다.
지홍은 의사를 그만두고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다 혜정을 만나게 됐다는 점에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둘이 교실에서 담임과 제자로 대면하기 전, 예상치 못한 사건과 주변 환경이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던 시간들 또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따뜻한 캐릭터의 결정체로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선생님이었으나 의외의 사건에 휘말려 결국에는 학교를 떠날 수 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흘러 유능한 의사로 국일병원에 자리잡게 됨에 따라 일은 물론이고 혜정과의 로맨스에도 가속도가 붙어 보여주는 모습들이 미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학생과 선생이 아닌, 의사 선배와 후배로 오래 전부터 생겨난 감정을 간직해 오다 때가 되어 드러내던 순애보적인 사랑의 행보가 보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전했다. 특히, 지홍이 병원 옥상에서 혜정을 만나 쏟아내던 말들과 그 뒤에 퍼지던 입가의 미소는 최고였다.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랐다고 믿어왔던 지홍에게도 혜정 못지 않은 안타까운 과거가 존재했고, 두 사람이 각자 지닌 결점을 인정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면서 변화하던 찰나들 역시 감명깊었다. 날선 혜정을 부드럽게 감싸던 지홍과 결단력 있는 카리스마로 지홍을 리드하던 혜정이었다.
운동하는 여자와 요리하는 남자의 콜라보레이션도 잘 어울리는 한쌍의 조화에 빛을 발하게 했다.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여자를 위해 기다려주던 남자의 배려도 돋보였다.
모든 것을 다 가졌기에 풍족한 삶을 누렸지만 사랑과 우정에 서툴러 잘못된 방법으로 그것들을 쟁취하려 했던 서우는 때때로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혜정과 대립하면서도 라이벌 관계로 보여지지 않고 결국에는 과거의 행동에 대한 잘못을 깨달으며 용서를 빌 줄 알고 그렇게 친밀함을 쌓아가게 되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혜정이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해준 조력자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고.
국일병원 원장의 딸이기에 겪어야 했던 시련도 없지 않았지만 여전히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었고 여린 심성 또한 은근하게 드러나 보듬어주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리고 서우를 그녀보다 잘 아는 든든한 버팀목이 곁에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닥터스>의 혜정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위 걸크러시를 유발하는 인물이었다. 남성과 여성을 막론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존재하는 캐릭터였는데 위험에 빠진 순이를 도와줌으로써 서우와도 친해져 삼총사로 함께 했던 짧은 추억이 그래서 더 빛나고 가슴 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세 사람의 우정을 가르는 결정적인 사건에 대처하는 혜정의 자세 또한 남달랐는데, 이로 인해 순이와 혜정은 평생 친구로 함께 길을 걷게 됐다. 혜정은 순이를 감싸주며 모든 것을 감내하려 했고, 순이는 혜정의 진심을 깨달았기에 친구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닮은 점이 참 많은 둘은 의리 또한 끝내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닥터스라는 제목답게,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의학적인 이야기를 다루게 되었을 때 등장한 인물 중에서 가장 눈에 띈 이는 정윤도였다. 혜정을 사랑하게 되면서 지홍과 라이벌이 되어 삼각관계를 이끌어 나갔는데, 이길 수 없는 상대와 대립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포기할 수 없기에 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그녀를 지키려는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윤도는 지홍과 정반대의 캐릭터로 성격은 물론이고 수술 방식마저도 차이가 났는데 그래서 더 재밌었다. 따뜻한 지홍과 냉철한 윤도가 조금씩 달라지며 적당한 온도를 갖추어 나가는 점도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을 정도로.
지면 바로 꼬리를 내리며 인정할 줄 알고, 그러면서도 뒤끝은 없어서 멋졌으며 은근히 귀엽기도 했다. 그리고 패션의 완성은 양말이라 부르짖을 때, 윤도의 방에 자리잡은 건담 피규어와 아기자기한 소품이 눈에 들어왔을 때, 취향이 확실한 캐릭터라는 점을 알 수 있어 이 또한 만족스러웠다.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는 걸.
"어디가 좋은 게 아니라 그냥 다 좋아.
유선생 혼자 좋아하는 거 별로 외롭지 않아.
괜히 다른 여자 만나 가지고 유선생 생각하면 그게 더 외롭지."
- 혼자 좋아하는 게 무슨 사랑이냐?
"짝사랑 무시하지마.
세상에 사랑이란 말 들어가는 건,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나아."
애초에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윤도는 짝사랑을 쉽게 놓지 않는다.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뒤돌아 볼 줄 모르는 대신, 사랑이라는 확신이 들면 앞으로 계속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거니까. 이로 인해 알게 된 윤도만의 사랑관 또한 많은 울림을 전했다. 사랑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는 삶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어 의미깊었다.
분명 기회였을텐데 오히려 혜정에게 지홍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조언을 해주던 장면 역시, 윤도라는 사람의 매력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점도 인정! 드라마 초반에 윤도를 상대로 다양한 격투기의 기술을 선보이던 혜정에게선 다시금 걸크러쉬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그녀에게 그가 반하지 않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사연많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점도 상당히 의외였는데 우리의 유혜정 선생이 딱 들어맞는 이상형이라 조금 애달팠다. 다음에는 짝사랑 말고, 서로를 마주보는 사랑을 하기를.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외롭지 않을 때가 오면 말이다.
드라마 <닥터스>는 캐릭터의 개성이 두드러져서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법한 인물들이라는 점이 몰입감을 더 심어주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좋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특히 홍지홍이 그랬다. 존재감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줘서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반면에 그렇게 되기까지 끊임없는 혼란과 불안을 버텨왔을 그의 시간이 안쓰럽지 않을 수 없었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사고를 중심으로 의학적인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을 이뤄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작품이 드라마 <닥터스>였다. 환자는 물론이고 의사도 사람임을 각인시키며 희로애락을 공유하도록 힘쓴 점이 장점으로 보여졌다.
환자는 의사에게 치료를 통해 살아갈 희망을 얻었고, 의사는 환자로 인해 인생의 또다른 면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성장해 나갔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병원은 단순히 몸을 치유하는 곳이 아니라 마음까지 안정감을 찾는 것이 가능한 공간으로 봐도 될 듯 한다. 치료를 하는 이와 받는 이 모두가 힘을 얻게 되는 장소라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쉴새 없이 몰려드는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병원에서 의사들의 하루 역시 고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드라마 <닥터스>는 그중에서도 인간의 뇌를 다루는 신경외과를 통하여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에 기대 이상의 메시지로 전율을 선사했다.
"힘든 시간에 우릴 버텨주는 건 우리다.
뇌를 다루는 신경외과,
뇌는 인간의 몸을 지배한다.
신경외과는 모든 걸 지배한다."
신경외과의 자부심이 담긴 구호는 국일병원 부원장 김태호로부터 의사들에게로 전해지며 한마음 한뜻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내레이션에서도 뇌와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인간의 몸을 지배하는 것이 뇌라는 점은 나 역시 동의하는 바다.
수세에 몰리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그럼에도 정의를 위해 뜻을 굽히지 않던 김태호 부원장이 있어 든든했다. 회식 자리에서 랩하던 모습도 멋졌고, 참 좋았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 분노를 용서로 승화시키며 이제는 다른 누가 아닌 나를 위해 살기로 결심하는 혜정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그동안 계속되었던 갈등이 해소되자 다행스러움이 앞섰지만, 드라마의 결말로 향하고 있었기에 아쉬움이 없지 않은 건 아니었다.
혜정은 지홍의 프로포즈가 이어지는 현장에서도 내것이니 내가 착용하겠다며 거침없이 손가락에 반지를 장착하는 모습으로 또 한번 걸크러쉬의 면모를 표출했다. 아무것도 몰라서 소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많은 걸 알게 되니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혜정을 통해 청출어람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어 훈훈했다. 끝까지 포스 넘치던 유선생이었다. 멋있음!
병원의 존재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으며, 휴먼 메디컬 로맨스의 다정함에 취할 수 있어 즐겁게 시청했던 드라마 <닥터스>였다. 예쁘게 웃는 혜정과 지홍의 모습이 참 좋았기에 마음에 드는 한장을 이렇게 남겨본다.
요건 정윤도 쌤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이라고 하는데, 신경외과 사람들의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한 한컷이라 마음에 쏙 들어 기념으로! 의학 드라마는 생각보다 즐겨보는 편이 아니었지만 닥터스를 기점으로 이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뀔 것 같다.
이렇게나 다정한 메디컬 드라마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싶다. 결국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이어지는 삶이기에, 그것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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