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검법남녀 :: 검사와 법의관의 완벽한 공조가 볼만했던 작품

열심히 챙겨보던 드라마 <검법남녀>가 32회를 끝으로 종영했지만 마냥 아쉽지 않은 건, 시즌2를 예고하는 결말 때문이었다. 


"이야기는 계속됩니다."라는 한 문장. 이를 통해 초임 검사 은솔과 탁월한 능력으로 죽은 자와의 대화를 통하여 사건을 해결해 나가던 법의관 백범을 필두로 이루어진 완벽한 공조를 또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줘 너무나도 기뻤다.






검법남녀가 로코물의 전환으로 이루어진 수사물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 속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상황을 스펙타클하게 보여준 공조 수사물로, 체계적이면서도 세밀한 작업 속에서 하나 둘씩 실마리를 찾아내 마무리를 짓는 과정이 깔끔하게 표현돼 이 점 역시도 흥미로움을 증폭시켰다.




미드를 연상시키는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거침없는 흡입력을 선사해 보고 있음에도 또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 되었다. 드라마 초반에는 붕 뜬 분위기가 없지 않았는데, 어느새 사건이 이어짐에 따라 중심을 잘 잡아줘서 마음 놓고 시청하는 게 가능해졌다.   








드라마 <검법남녀>의 주역으로는 백범(정재영), 은솔(정유미), 차수호(이이경), 스텔라 황(스테파니 리), 강현(박은석)이 활약했다. 여기서 강현 검사를 맡은 박은석의 연기 논란이 가중되었는데, 캐릭터 특성상 백범과 대등하게 맞서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부족해 밀리는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이것이 점차 큰 문제로 두드러져 단점이 더 부각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소리만 내지르던 장면의 연속에서 표출되던 어색함이 기억에 남는다...연극 무대에서부터 봐왔던 배우라 안타깝지만, 이번 기회를 교훈 삼아 내공을 쌓아감으로써 성장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백범의 말대로 검사보단 변호사가 더 맞을 수도 있을 테고. 


이와 달리 작품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음악들은 집중력을 더하게 도왔는데, 검법남녀 OST Part1을 통해 첫번째로 공개된 몬스터 엑스 멤버 기현과 주헌이 함께 한 'Can't Breathe'가 그중에서도 귀를 가장 쫑긋 세우게 만들었다. 힙합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멜로디에 곁들여진 목소리가 수사에 뛰어든 인물들의 순간을 한층 더 긴장감 있게 비춰지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스텔라 황은 검법남녀에서 미국 드라마에 나올 법한 캐릭터로 시선을 집중시키며 약독물과 연구원으로 색다른 개성을 선보였다. 국내에 존재하는 약독물 일인자로 프로페셔널함을 확인하게 함과 동시에 다이하드 커피와 알콜 도수가 상당한 술 등을 비커에 담아 대접하며 호의를 내보이는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직업병에 입각해 소맥의 황금비율 및 고기가 가장 맛있게 익는 순간을 철저하게 따르는 찰나 역시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연애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함에 따라 그녀에게 끌리는 경위 차수호를 향해 계약서를 내밀며 서명할 것을 고집하는 순간도 똑부러지는 면모와 가치관을 드러내게 하며 재미를 전했다. 








초임 검사로 남다른 촉과 타고난 기억력으로 수사에 활기를 더한 은솔 역의 정유미 역시도 똘끼 충만한 캐릭터로 집중력을 높였다. 하지만, 강현에 이어 여주인공을 맡은 은솔 역의 정유미 역시 연기 논란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다른 것보다도 발음의 문제가 극 초반에 거슬려서 걱정이 앞섰고, 'ㄹ'과 'ㅅ' 발음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느껴졌다. 다행스럽게도 회차를 거듭해 나갈수록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때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이제 막 부임한 초임 검사 특유의 패기와 발랄함이 나쁘진 않았으나 조금은 눌러줄 필요가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찰나 역시도 존재했는데, 이때 사건을 통해 스스로 변화해 나가는 걸 확인하게 해주었던 점은 나름의 키포인트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호감을 조금 더 상승시켜 주기도 했다. 백범에게 빡친 호랑이라며 빡범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장본인으로 두 사람의 티격태격이 건네는 유쾌함의 연대 또한 흥미진진하기 그지 없었다.



처음엔 금수저로 평탄한 삶을 살아왔을 거라고 짐작했으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현실은 온실 속의 잡초라는 말이 딱 맞는, 가족 중에서 그 누구도 검사가 된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은솔의 상황이 놀라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으며 가진 돈 전부를 모아 독립을 통해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그녀를 응원해 주고 싶어졌다. 결혼이라는 카드를 제안하며 압박을 가해오는 부모를 떠나 자신만의 꿈을 이룰 은프로의 미래가 기대됐다. 


근데 집 구할 때 둘러보지도 않고 예감이 좋다며 촉으로 정해버리던 장면 만큼은 현실성이 좀 떨어졌다. 옆집에 백범이 살아서 든든하긴 하다만;;


다소 어두웠던 집안 분위기와 다르게 동료들과의 호흡은 출발부터 딱딱 맞아 떨어졌다. 계장 강동식(박준규), 사무관 천미호(박희진), 경위 차수호와의 궁합은 그야말로 찰떡 같았다고 봐도 되겠다. 첫 재판에 나선 은프로를 위하여 파이팅을 외치며 힘을 실어주던 순간 역시 아름다웠다. 은솔이 첫 재판을 위하여 검사복을 갖춰 입는 장면도 굉장히 멋졌다.






배우 정유미가 은솔 검사에 완벽하게 몰입했던 명장면으로는 검법남녀 29회를 꼽아 본다. 발음도, 분위기도 한결 차분해짐으로써 합동 수사반 멤버들이 해야 할 일을 분배하던 장면에서 이거지! 싶은 확신이 들었다. 강현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새롭게 부임한 도지완(오만석)과의 역할 분담도 매끄럽게 잘 어우러졌다.









이와 함께, 카레이서를 능가하는 운전 실력을 볼 때마다 걸크러쉬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무서운 게 없는 백범마저도 공포감을 경험하게 했던 긴장감 넘치는 드라이빙 모드와 단 한번으로 완벽해지는 주차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최고! 


집을 나와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혼자만의 생활을 해나가게 됨에 따라 자동차의 규모도 작아져서 이 점은 현실성 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도 운전 실력은 어디 안 가더라!








현실에 맞닿은 사건들이 곱씹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과 더불어 장면 전환에도 정성을 기울인 점 역시 드라마 <검법남녀>를 한층 더 눈여겨 보게 했다. 백범이 강현의 집에서 열무김치를 맛있게 먹던 장면이 국과수의 구내 식당에서 열무김치를 반찬 삼아 식사중인 정성주(고규필)의 모습으로 이동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장면이 바뀌어서 재밌었다.      


이러한 포인트를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 중의 하나다. 






마지막회를 끝으로 검법남녀를 보내는 것이 정말 많이 아쉬웠지만 결국에는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드라마 <검법남녀>에서 1회부터 32회가 흘러가는 동안 백범으로 열연한 정재영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고, 결국 그의 과거가 시즌1을 관통하는 중심 스토리였다는 점에서 멋진 활약으로 작품을 빛낸 빡범에게 박수를 보낸다.


냉철함을 유지하게 만들었던 과거는 예상보다 고루했고, 뻔하디 뻔한 설정으로 특별함이 내포되진 않았으나 시즌2를 위해 매듭을 지어야 할 부분을 보여준 것으로 여기면 될 것 같았다. 사건 안에서 검찰청과 국과수 사람들의 사연까지 골고루 보여주며 이 세상 모두가 죽음 앞에서 평등함을 암시하는 메시지도 고개를 끄덕이게 도왔다.



드라마 <검법남녀>를 시청하며 작품 속에 존재하는 사건들을 단순히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까지 함께 하며 나름의 유추를 해보기도 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함으로써 예상을 뛰어넘는 사실을 맞닥뜨리는 순간들도 마음에 들었다. 산 넘어 산의 느낌이었기에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분발해야겠다 싶었다. 중간까지는 맞아 떨어지다가 마지막에 빗나가는 일이 많았기에추리력을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 해야 할 듯 하다.








백범과 은솔의 공조 케미는 시즌2를 통해 훨씬 단단하고 완벽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보다 더 친해지기도 하겠지? 백범의 명대사 "소설 쓰지마."는 계속되겠지만, 일단 소설을 시작하고 나서야 사건에 가까워질 가능성도 염두해 두지 않을 수 없으니 소설 쓰기를 멈춰서는 안되겠다.


빡범의 잇 아이템으로 없는 것이 없는, 필요할 때마다 모든 것이 튀어 나오는 마법의 검은 가방은 이러한 이유로 도라에몽 가방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것 때문에 캐릭터 컨셉이 더 잘 잡힌 것 같아 매력 포인트로 기억되고도 남았다.







초보 검사와 프로 법의관이 탄생시킨 완벽한 공조 케미는 사건의 진행에 따른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막간의 유머 센스를 잃지 않는 밸런스로 눈도장을 찍은 만큼, 마음에 쏙 드는 대한민국 법의학 드라마로 기억될 것임을 확신한다. 평소에는 챙겨보지 않는 메이킹 필름까지 찾아 볼 정도로 좋아했기에 빠른 귀환을 부탁하는 바다.


남주로 정재영을 캐스팅한 것이 신의 한수로 작용하긴 했지만, 정유미 역시도 여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기에 이로 인한 시너지가 대단했다고 보여진다. 정재영의 연륜에 정유미의 성장과 발전이 공존함에 따라 드라마의 시청률 역시 상승했던 것이라고. 





시즌1에선 중심인물들의 사연을 현재로부터 과거까지 거슬러가며 모든 것을 파헤쳤고, 결국에는 오랜 시간 이어져 왔던 상처 봉합에도 성공했으니 이제는 보다 더 사건에 집중해서 검사와 법의관의 깊이있는 공조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시즌2가 기다려진다. 일단 은솔과 빡범은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다른 캐릭터 역시도 같은 자리에 있어주기를 소망해 본다.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드라마 수사물을 만나게 돼서 정말 정말 집중해서 잘 봤다. 그러니까 검법남녀 시즌2도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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