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계절의 빛깔을 닮은 사랑 속에서 성장해 나가던 네 사람의 이야기

손원평의 장편소설 <프리즘>은 사계절의 빛깔을 닮은 사랑 속에서 성장해 나가던 네 사람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지며 이목을 집중시킨 책이었다. 사랑의 감정으로부터 비롯된 만남이 예기치 않은 이별과 또다른 시작으로 나아감에 따라 다채로운 색채를 뿜어내는 시간들이 작가의 문장 속에서 은은한 무드를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었다. 


선선한 바람이 감돌며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지금과 같은 환절기에 읽기에도 괜찮은 연애소설이었음은 물론이다. 눈부시도록 아름답지만 그래서 더 아프고 슬픈, 네 사람의 사랑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던 완구회사 직원 예진과 녹음 스튜디오 대표 도원이 안면을 트게 된 건, 전혀 다른 공간에서였다. 점심시간마다 인적이 드문 빈 건물 1층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게 되면서 조금씩 친해졌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예진은 도원에게 빠져들었다. 하지만 도원은 둘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는 것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이스트 플라워 베이커리의 사장 재인은 빵보다 빵집이 누리게 해주는 편안함을 좋아하는 인물로 상처와 후회를 마음에 품고 사는 인물이며, 호계는 이스트 플라워 베이커리의 아르바이트생으로 냉소적인 성격인 가진 탓에 사람을 마음에 들이는 일이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공연장에서 네 사람이 만나게 됐고, 이로 인하여 그들의 마음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임으로써 확인할 수 있었던 이야기가 놀라움을 자아냈다. 오픈채팅방의 오프라인 모임에서 친분을 쌓게 된 호계와 예진, 과거에 인디밴드로 활동했을 때 음악적 인연으로 함께 했던 재인과 도원의 재회가 생각지도 못한 관계의 흐름 속으로 안내했기 때문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사랑의 경로는 시간에 따라 바뀌어가는 계절의 분위기와 걸맞게 요동치며 달콤함과 쌉쌀함을 동시에 경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성장을 이루어 나가는 네 사람의 모습을 마주하는 일이 가능하게 해줘 이에 따른 여운이 더 인상깊게 남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각기 다른 빛깔로 자신만의 눈부신 감정에 뛰어드는 인물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때때로 사랑에 눈이 멀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걸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게 안타까웠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으니 차라리 잘된 일인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더해 섬세한 계절의 묘사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름, 한여름, 초가을, 겨울, 이른 봄, 다시 여름으로 나누어진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프리즘은 빛의 각도에 따라 알록달록한 색의 물결을 뿜어내는 것이 매력이지만, 잘못 건드렸다간 뾰족한 꼭지점과 날카로운 모서리에 생채기가 나기 쉽상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도 프리즘의 특성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황홀한 순간의 반짝임에 이끌려 한없이 빠져들다 보면 마음이 베이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사랑이 사랑 그 자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며 살아가는 동안 경험한 일들이 가끔씩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거라고.  


그래서일까, 작가의 손글씨로 써내려간 메시지가 선명하게 머리 속에 남은 건.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그리고 나 자신을, 이 세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으로 태어난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문장이 <프리즘>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난 뒤에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났다. 


"사랑을 멈추지 마세요. 

누군가에 대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 세계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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