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초인간 ::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1권)과 극장 밖의 히치 코크(2권)까지 단숨에 섭렵

김중혁의 <내일은 초인간>은 독특한 능력을 지닌 존재들의 활약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유쾌한 판타지 소설이었다. 현재 1권과 2권이 출간되었는데, 각기 다른 에피소드가 펼쳐짐에 따라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드는 일이 가능했다.


책 속에서 정의되는 초인간(슈퍼 휴먼)이란 인간과 초능력자, 그 사이에 자리잡은 이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가 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이로 인해 그다지 쓸모없는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평범한 인간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험의 시간들이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줘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위급한 상황이 닥쳐오면 긴 팔이 더 길게 늘어나는 공상우, 도망치기의 고수 민시아, 세상의 모든 소리를 감지하는 한모음, 뛰어난 정지 시력을 갖춘 유진, 동물과 대화가 가능한 이지우, 숫자와 관련된 재능이 탁월한 정인수, 온도의 변화에 민감한 오은주, 해커 조재이가 소설 <내일은 초인간>의 주인공들이었다. 여기에 초인간들의 조력자가 되어주는 전직 형사 백건이 함께 함으로써 만나보게 된 사건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도 <내일은 초인간 1: 유니크크한 초능력자들>은 등장인물들의 소개와 더불어 이들이 한데 모여 '초인간클랜'을 결성하며 발생되는 최초의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동물원 내의 과잉개체로 인한 도태를 방지하고자 동물들을 죽음의 장소로 안내하는 자율 주행 트럭을 훼방놓기 위한 초인간클랜의 습격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참고로, 조재이는 자율 주행 트럭 시스템 해킹을 돕다가 초인간으로의 능력을 인지하면서 초인간클랜에 합류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웅적인 면모를 보유하지 않았기에 초인간들의 계획이 실행으로 옮겨지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서로가 힘을 합쳐 탄생시킨 결과물은 눈부셨으므로, 그 순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다소 이상한 초능력으로 인하여 한데 뭉친 초인간들이 각자의 아픔을 위로하고 모자람을 채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멋졌다. 뿐만 아니라 결코 누군가를 해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했다. 



1권에 이어 곧바로 페이지를 넘기게 도왔던 <내일은 초인간 2: 극장 밖의 히치 코크>는, 알프레드 히치콕 특별 상영회라는 타이틀로 영화 '사보타주'가 상영되던 아메리카 극장의 폭탄 폭발 사고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날 극장에 머물렀던 9명의 관객 중 재이가 있었으나 사고와 함께 행적이 묘연해짐에 따라 초인간클랜의 멤버들에게는 동물원 습격 이후로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그리하여 초인간클랜은 재이가 평소에 머무르던 지하 스튜디오와 마지막 발견 장소인 아메리카 극장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친구의 실종과 관련된 실마리를 찾아내려 애씀과 동시에 사건의 전모를 밝혀 나가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특히, 2권에서는 초인간클랜 외에도 극장 화재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이기영과 대테러본부 송보라가 범인을 추적하고자 현장에 있던 관객들 사이에서 수사망을 좁혀 나가는 장면들이 긴장감 넘치게 서술되며 몰입도를 높였다. 그리고 백건의 처세술 역시도 빛을 발하며 조력자다운 역할을 뽐냈다.  



우울한 이들을 위하여 신나게 뛰어다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과 잘 어울려서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는 일이 가능했던 <내일은 초인간> 1, 2권이었다. 김중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을 꽤 오랜만에 마주하게 됐는데, 쉽게 잘 읽히는 문체가 여전해서 반가웠다. 


다만, 초인간클랜이 뛰어들어 사건을 벌이고 위기를 헤쳐나가며 결말에 도달하는 에피소드보다 초인간 7명 개개인의 사연과 능력을 확인하는 이야기와 그들 사이의 진심 어린 대화가 이루어지는 부분이 훨씬 더 재밌었음을 밝힌다. 여기에 더해 일곱 사람이 매주 목요일마다 초클데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진 시간에 만나 함께 하는 찰나도 소중하게 여겨졌다. 그런 의미에서 초인간 경연대회 또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냈다.  


책 속에 등장한 초인간들 중에서 눈에 띄었던 인물은 총 2명이었다. 그중에서도 민시아는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살 수 있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팀장의 부당한 권력에 굴하지 않고 시원한 욕을 포함해서 할 말을 다 해내며 자신만의 길을 가는 모습이 굉장히 멋졌다. 계속 도망만 치다 보니 도망치기의 달인이 되었다는 얘기는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켰지만, 이제는 다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세한 소리까지 들을 줄 아는 능력으로 인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헤드폰을 착용한 채 현재를 살아가는 한모음은, 초인간이라는 점 말고도 기록자가 되어 일상을 풀어내는 탁월한 필력이 돋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모음만의 뮤직 리스트에도 호기심이 생겼음은 물론이다. 세상의 모든 한숨 소리가 지니는 차이점을 알아차릴 정도로 대단하지만 그래서 피곤하기도 한 초인간의 생활도 인상깊었다. 



이와 함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 작가의 말에서도 특유의 센스가 두드러져서 책을 덮을 때까지 감탄이 절로 나왔던 한때였다. <내일의 초인간>이 1권과 2권으로 끝나지 않고 3권이 발매될 거라는 추측을 하게 만들기 충분했던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다음 시리즈도 잊지 않고 꼭 만나보려고 한다. 각각의 사건에 담긴 메시지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곱씹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잠시나마 전 세계적으로 드리워진 어둠의 기운을 극복하게 도와주었던 김중혁의 <내일의 초인간>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독자들만의 초인간스러운 능력을 떠올려보라고 권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금은 비록 쓸데없어 보인다 하더라도, 언젠가 때가 되면 힘이 되어주는 능력으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어쩌면, 이렇게 살아가는 일 자체가 초인간적인 힘을 발휘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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