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언어들, 그 속에 살아 숨쉬는 일상의 감정과 순간을 엿보다

김이나의 <보통의 언어들>은 시간이 날 때 가볍게 읽고 넘어가기 괜찮았던 에세이로, 글쓴이가 경험한 일상 속에 살아 숨쉬는 감정과 다채로운 순간을 엿보는 일이 가능해 흥미로웠다. 특히 관계, 감정, 자존감, 이렇게 세 가지 기준으로 단어들을 나눠서 각 챕터별로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와 함께 <김이나의 밤편지>를 통해 라디오 DJ로 활동했을 당시에 청취자들과 공유했던 단상들을 엮은 'Radio record : 나를 지켜주는 말', 미발표곡의 가사들을 수록한 'Lyrics : 마음에 깃든 노랫말'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김이나는 아이유의 '분홍신', 태연의 '11:11'을 포함해 수많은 히트곡에 참여한 작사가로 이름을 알렸고, 최근에는 '팬텀싱어3'의 프로듀서(심사위원) 및 '하트시그널 시즌3'의 패널로 모습을 드러내며 방송인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김이나의 작사법>에 이어 <보통의 언어들>을 통하여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작사가와 방송인이 아닌 작가로 만나게 된 김이나 역시도 언어의 마술사다운 포스를 뽐내며 책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들이 많아서 감명깊었다.


그중에서도 라디오를 막 시작했을 때 무심결에 했다는 말의 여운이 상당했다.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라는 한 마디는 라디오 DJ와 청취자가 아니더라도,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는데 있어 잊지 않고 기억해 두면 좋을 얘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혼자만 갖고 있는 독특한 버릇이라 여겼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을 SNS에 올리자 많은 이들이 자신도 그렇다면서 공감하는 댓글을 달아줬다는 에피소드도 웃음을 자아냈다. 그로 인해서 공감은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말의 깊이를 깨닫게 되기도 했다. 여기서 에일리의 '저녁하늘' 가사를 쓰게 된 일화 또한 마주하게 돼서 궁금증이 생긴 관계로, 이 노래는 조만간 직접 들어볼 생각이다.


덧붙여 "한계에 부딪힌다는 건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도 된다."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었고, "영감은 체력에서 옵니다."로 일을 하는데 있어 건강의 중요성을 전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찰나도 존재했음을 밝힌다.


윤상에 대한 동경을 마음에 품고 음악 관련일을 하다 김형석을 만남으로써 작사가가 되어 성덕은 물론이고 직업적으로도 인정 받는 인물로 거듭난 점도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스스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행운은, 본인의 노력에 우연이 더해진 결과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성덕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님을! 


드세다. 나대다

-사람을 주저앉히는 말에 대해 


"나는 세상은 방구석에서 뭐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 모든 걸 바치는 덕후들과 무리에서 늘 튀어가며 소리쳐준 나대는 이들로 인해 변해왔다고 믿는 사람이다. 온몸에 돌을 맞는 나대는 이가 기존의 틀을 깨어주면, 이전의 세계에서는 이득이 될 게 없었던 무언가에 물두해온 덕후들이 파놓은 세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 사이 어디 즈음을 부유해왔다면, 적어도 이 양 극단의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빚을 진 셈이다. 그러니 나댄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 할 때마다 틀어막는 걸로 그 빚을 탕감, 아니 더 늘리지는 않도록 해보자." (169P)


김이나가 집필한 <보통의 언어들>에서 가장 와닿았던 문장은 위와 같았다. 성덕의 길은 멀어 보이지만, 덕후로의 덕질은 진행 중이라서 읽는 내내 힘이 났다. 덕후들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말이 장난처럼 쓰이는 요즘이지만, 단순히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사실이라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보통의 언어들에 작가만의 가치관이 부여됨에 따라 읽을 만한 가치가 없지 않았던 책이었다. 다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으니 마음 편히 가볍게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읽어보면 좋겠다. 나를 숨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 그 속에서 김이나가 정의하는 언어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에세이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대신, 내 일상에 자리잡은 보통의 언어들을 새로이 받아들이게 도와줬으므로 이 점은 뜻깊었다. 책 속의 언어를 통해 책 너머의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고 위로를 주고 받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책의 표지와 함께 속지 곳곳에 그려진 고양이 그림이 귀여웠다. 그래서 자꾸 눈길이 갔다. 글과 더불어 그림마저 따스함으로 가득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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