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 탁월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공연 (배두훈, 황민수)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가 올해로 5주년을 맞이함에 따라 무대로 반갑게 돌아왔다. 현재 대학로 YES24 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 중인데, 이곳에서도 역시나 고흐 형제의 이야기가 탁월한 영상미와 함께 펼쳐져 다시 봐도 감동적이었다.
초연을 봤던 게 엊그제 같건만 벌써 5주년이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그리하여 꽤 오랜만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 반 고흐를 중심으로 선보이는 2인극을 통하여 예술가의 인생과 그림을 심도있게 들여다 보게 돼 좋았다.
특히 처음부터 화가의 길을 걸었던 것이 아니라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마지막에 다다라 그림의 길을 발견하고, 이로 인하여 짧은 생애 동안 재능을 꽃피웠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빈센트 반 고흐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성 넘치는 색채와 뛰어난 실력이 경험케 한 압도감 역시도, 예술가가 그린 그림을 마주하면서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빈센트와 테오, 고흐 형제가 주고 받은 편지를 토대로 제작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공연 포스터에 기록된 문구처럼 그림에 인생을 건 한 남자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작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 빈센트의 작품과 더불어 인간 빈센트의 삶 또한 엿보는 게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틱한 일생을 살아온 빈센트 반 고흐를 표현하기 위하여 다채로운 영상 기술을 도입해 그림에 생명력을 부여한 점도 흥미로웠다. 빈센트의 명작이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손 안에서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상당했음은 물론이다.
형의 유작전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테오가 빈센트의 그림에 대해 설명하던 장면들은, 화가만의 세밀한 붓터치와 기법 및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엿보게 해줘서 눈길이 절로 갔다. 여기에 음악적 예술성이 깃든 넘버들의 향연도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 만족스러웠다.
다만, 실존인물의 일대기에 초점을 맞춰서 사실적인 내용을 나열해 나가는 방식으로 극이 진행되다 보니 아무래도 지루함이 밀려올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겠다. 공연이 전하는 여운이 분명하게 느껴지지만, 팽팽한 긴장감보다는 느슨한 장면의 연출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CAST]
빈센트 반 고흐 : 배두훈
테오 반 고흐 : 황민수
이날은 배두훈 배우의 빈센트 반 고흐와 황민수 배우의 테오 반 고흐를 만났다. 두 배우의 페어 첫공날이었는데, 첫공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완벽한 호흡을 맞닥뜨리게 해줘서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캐스팅된 배역 안에서 막내를 맡고 있는 관계로, 막내 페어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은 둘이었다. 가장 흡족했던 건, 함께 노래할 때 들려오던 화음의 아름다움이었음을 밝힌다.
두훈 빈센트는 팬텀싱어2 출연을 통해 결성된 포레스텔라로 우승을 거머쥐며 팝페라 그룹으로 활동해 오다가 정말 오랜만에 뮤지컬 배우로 복귀한 거라서 정말 반가웠다. 연기도, 노래도 나쁘지 않았는데 광기를 드러내며 처절하게 절규하던 장면과 '내 생명을 걸겠어'에서 무릎을 꿇은 채로 망연자실하게 슬픔을 내보이던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따른 절망이 잔혹하게 다가온 찰나였다.
민수 테오는 특유의 미성이 귓가를 울리는 게 감명깊었다. 그리고 안톤 선생님 역할을 맡았을 때 확인할 수 있었던 촐싹거리는 잔소리쟁이 캐릭터가 가장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야기가 절정으로 흘러가던 와중에 테이블 위에 놓인 램프를 바닥으로 떨어뜨려 깜짝 놀랐지만, 커튼콜 때 다가가 정리를 해줘서 안심이었다.
연인들의 러브 스토리보다 더 낭만적인 형제애를 만나보게 해줬던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였다. 볼 때마다 깨닫게 되는 절절한 형제의 우애에 마음이 아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공연을 여러 번 봐서 내용을 아는 것이 문제인지 때때로 눈이 감기는 게 함정이었다.
그래도,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주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있어 다행스러웠다. 아몬드 나무와 함께 어우러지는 멋진 커튼콜도 여전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커튼콜 촬영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이번에는 온전히 두 눈에 담으며 그 시간을 음미하게 돼 괜찮았다.
덧붙여 2층 1열 좌석에서 관람했는데, 쾌적한 시야가 확보되었기에 집중해서 잘 봤다.
훌륭한 영상미와 황홀한 음악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과 꽤 많이 닮아 있었다. 그래서 공연을 관람하고 나면 화가의 명작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지는 간절함이 극도로 치닫게 되는데, 이러한 이유로 언젠가 그런 날이 다시 또 오기를 소망해 본다.
요즘은 미디어 아트 전시가 대부분이라 예술가의 진품을 실제로 만나는 일이 어려워져서, 그게 참 아쉽고 슬프다. 그래도 포기는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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