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해적 :: 반짝이는 별을 닮은, 소년과 해적의 모험담

소년 루이스와 해적 잭의 모험담이 흥미진진하면서도 아름답게 펼쳐짐으로써 별처럼 반짝였던 공연, 뮤지컬 <해적>의 두 번째 관람을 마쳤다. 


이제 막 무대에 발을 디딘 뮤지컬 <해적>의 첫 항해는 잭처럼 허술한 부분이 없지 않고 난생 처음으로 해적선에 몸을 실은 루이스와 같았기에, 완벽함으로 무장했다기보단 부족함이 앞서는 극으로 보여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서 중심을 바로잡으며 순항 중이니, 이로 인한 변화를 기대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설렜다.


초연의 묘미는 특히나 창작뮤지컬에서 빛나기 마련인데, 이 공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절찬리에 공연 중인 뮤지컬 <해적>의 인기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마지막 티켓 오픈까지 마친 현재, 전석 매진의 기염을 토하고 있으니 성공적인 초연을 이어나가는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하지만 특공은 물론이고 마지막 티켓 오픈 시에도 내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이 공연의 자체 막공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제 남은 공연 티켓은 단 한 장 뿐! 



[CAST]

루이스/앤 : 임찬민

잭/메리 : 노윤


이날의 캐스팅은 찬민 루이스와 윤잭, 찬민 앤과 윤메리였다. 어쩌다 보니 첫 관람에 이어 두 번째 관람 역시도 본페어가 아닌 혼성 크로스페어로 자리를 잡게 됐는데, 후회는 없었다. 


작고 소중하지만 날렵함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발랄함과 쾌할함을 겸비한 찬민 루이스의 진면목은 윤잭을 만났을 때 비로소 발휘되었다. 혼자라 외로웠을 시간을 견딘 이후에 만나게 된 이를 통해 새로운 모험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항해일지'에서 울컥함이 밀려왔다고 한다. 


반면에 인터미션 때 찬민 루이스가 손에 인형을 장착하고 나와 관객들을 바라보며 율동을 보여주던 찰나는 의외의 깨알 재미를 선사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윤잭은 허당미가 낭낭한 선장으로 대놓고 하찮음을 풍기면서도 의외의 카리스마가 돋보여 눈에 띄었다. 몸을 잘 못 쓰는 관계로 삐그덕거림이 느껴지긴 했지만, 중저음의 목소리가 전하는 울림이 대사를 칠 때는 물론이고 넘버를 소화할 때 극대화되며 귀를 사로잡아 만족스러웠다.


해적이지만 모두 다 같은 해적이 아니라는 걸, 윤잭이 탄생시킨 캐릭터를 통해 확인하게 돼 좋았다. 케일럽과 하워드를 포함, 그동안의 항해 속에서 맞닥뜨린 사건 속 진실을 루이스에게 털어놓던 잭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 마음 한 켠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찬민 루이스와 윤잭의 케미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것이 흡족함을 자아냈다. 해적선에 타겠다는 루이스를 말리며 케일럽이 남긴 보물섬 지도만을 가져가고자 고군분투하는 잭으로 인해 투닥거리던 둘이 결국에는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로 변모하던 과정이 아름다웠다.


다만, 아무래도 혼성 크로스 페어라서 앤과 메리의 서사가 보여질 땐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건 캐릭터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서 수긍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래서 독특함이 전해져 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 와중에 찬민 앤의 방문법정과 '질투하라'는 세상을 향한 분노를 이야기와 음악 속에 담아냄으로써 절절함을 경험하게 도왔다. 윤메리와 찬민 앤의 만남 역시도 눈부셨다.


대신에 잭과 앤의 마주침으로부터 시작된 대결이 강렬함을 더해줘서 이 점은 메리트로 남았다. 유령선에서 공포를 느끼며 메리의 코트 자락을 부여잡던 루이스는 귀여웠고. 


처음에 봤을 때보다 조금 더 뒷자리에서 보니, '스텔라 마리스'에서 별이 총에 맞아 부서지는 장면이 진짜 예뻤고, 미러볼과 조명의 어우러짐이 섬세하게 다가와 잠시나마 멍하니 황홀함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재관람이다 보니까 메리와 앤에게도 나름의 개연성과 사연이 존재함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긴 했는데, 그래도 부족함이 느껴지는 건 인정해야만 했다. 루이스와 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극에 양념같이 곁들여진 이야기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 앤과 메리의 서사가 세상에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윤잭과 찬민 앤의 첫공날이었는데 첫공 같지 않아서 마음껏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더불어 뮤지컬 <해적> 역시도 볼수록 마음을 흔드는 극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된 하루이기도 했다. 


찬민 앤은 역동적인 데 반해서 윤잭은 정적이라서, 이로 인한 대비가 확 와닿는 페어였던 점도 남다르게 느껴졌다. 뿌듯한 표정으로 머리 쓰다듬어 달라고 윤잭 앞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까 본인 손으로 셀프 쓰담하며 배시시 웃는 찬민 루이스가 정말 귀여웠다. 그제서야 알아차리고 루이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윤잭의 뒤늦은 손길에서도 온기가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아 예뻤다. 



이와 함께, 유령선에서 공포를 느끼며 메리의 코트 자락을 부여잡던 루이스의 모습도 머리 속에 남았다. 아, 그리고 둘이 함께 노래 부를 때의 화음도 최고였다. 둘 다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겸비해서 귀가 뚫리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넘버 자체는 상당히 어려워 보이긴 했지만.


공연 후 커튼콜이 마무리되고, 스콜 준비를 위해 두 배우 모두가 분주해졌다. 이날의 스페셜 커튼콜 넘버는 '졸리 로저'로 남녀 혼성 크로스 페어를 위해 새로이 편곡한 버전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스콜에서도 최선을 다하던 윤잭과 찬민 루이스의 모습은 아래의 사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잭의 성격에 걸맞는 졸리 로저 그림은 매우 귀여웠고, 루이스는 만족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본인이 직접 그림을 그려내기에 이르렀는데 허허, 루이스 이 녀석! 글쓰는 것 말고도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을 줄이야!!!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표정의 변화가 재치있는 디테일로 소년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은 찬민 루이스. 이날을 기점으로 그녀는 나의 최애 루이스가 되었다. 앤보다 루이스가 좋았음! 덧붙여, 윤잭 역시도 메리보단 잭이 취향이었다. 


두 배우 모두 이 공연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눈과 귀를 집중시키게 했던 만큼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뮤지컬 <해적> 관람할 때마다 자첫자막 페어가 늘어가고 있는 건 기분 탓이 아니라 진실이니까, 이러한 이유로 멋지게 보내주려고 노력 중이다. 





스콜마저 본공 못지 않게 유쾌하고도 깔끔함을 자랑했던 찬민 루이스와 윤잭의 '졸리 로저'였다. 팔색조를 닮은 표정과 몸놀림이 멋졌던 찬민 루이스와 남다른 점프력으로 웃음을 선사한 윤잭을 마주할 수 있어 마지막까지 매우 즐거웠다. 



배우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따라가며 스콜로 볼 때는 멋스러움이 전해져 왔는데, 사진으로 엑기스만 뽑아놓고 보니, 웃음이 빵 터지는 것도 재밌다. 어설픈 게 매력인 해적들이라 더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소년과 해적 선장이 함께 떠난 모험담이 반짝이는 별을 선사해 주었던 시간이었다. 로즈 아일랜드의 보물로 알려진 로즈 사파이어보다 더 눈부신 보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루이스와 잭, 앤과 메리를 잊지 말아야지. 하워드와 케일럽 역시도.


그저 환상이자 상상이라고만 여겼던 모험담이 이날은 현실로 눈 앞을 매료시켜 해적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푹 빠질 수 있었다. 뮤지컬 <해적> 속에서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 이런 걸까? 내게 로즈 사파이어는 이날의 공연 그 자체였다는 걸, 이제는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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