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아더 :: 트렌디한 공연의 결정체, 무대 위 판타지로 깨어나
올해 초연된다는 소식을 확인했을 때부터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던 뮤지컬 <킹아더>를 드디어 관람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더왕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프랑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공연 관람 전, 작품에 대해 알고 있던 건 아더가 엑스칼리버를 뽑게 됨으로써 왕이 되었다는 사실과 원탁의 기사 정도가 전부였다. 이러한 이유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킹아더>의 진짜 이야기를 접하게 됐을 때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단은, 아더가 왕이 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서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관계가 엄청난 혼란스러움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 이로 인하여 사랑과 복수의 대서사시가 밑도 끝도 없이 보여졌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아더와 모르간, 귀네비어와 랜슬롯, 멜레아강과 모르간, 아더와 멜레아강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공연의 막이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아더의 아버지 우서로부터 비롯된 뒤틀린 운명의 연결고리가 맞닥뜨리게 해준 작품의 줄거리가 막장에 가까운 내용임을 깨닫았을 때, 아더왕의 전설이 지닌 실체를 확인하던 순간의 충격 또한 금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강렬한 넘버의 중독성이 배우들의 열연으로 극대화되는 공연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극장에 어울리지 않는 조잡하고 단순한 무대 디자인은 불호에 가까웠지만,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게 만들어준 조명과 다채로운 안무의 연속은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으므로.
켈틱팝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의 음악도 귀를 사로잡았으며, 굉장히 현대적인 춤사위가 조명과 하나되며 음악방송 혹은 콘서트를 연상시켜 마음 속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찰나가 여러 번 존재했음을 인정한다. 근데 이런 장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고 공연의 대부분을 차지해서 뮤지컬 <킹아더>가 뮤직뱅크 킹아더로 불리는 것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에, 아랜드 특유의 조명 역시도 한몫 단단히 해냈음을!
[CAST]
아더 : 고훈정
귀네비어 : 임정희
랜슬롯 : 니엘
모르간 : 최수진
멜레아강 : 김찬호
멀린 : 지혜근
보기 전까진 합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칼군무를 기대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해 이 점은 아쉬웠는데, 아크로바틱을 포함해 장르를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여럿 볼 수 있었던 건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레이아 역의 정다영 배우가 가장 인상깊었는데, 덕택에 대사가 아닌 몸짓으로 표현하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고훈정 배우의 아더는 소년에서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마주하는 것이 가능했던 연기와 노래가 감명깊었다. 1막 엔딩곡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다시 일어나리라'는 훈정 아더의 목소리와 더불어 원탁의 기사가 함께 함으로써 웅장함이 돋보여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아더, 귀네비어, 랜슬롯이 같이 부르는 삼중창 속에서의 가성도 색달랐다. 하지만 화음적인 부분에 어우러짐이 느껴지지 않아 이건 별로였다. 그 와중에 아더의 연설은 또 멋졌다고 한다.
임정희 배우의 귀네비어는 파워풀한 가창력이 빛나는 캐릭터로써 귀를 쫑긋 세우게 도왔다. 연기는 조금 더 보완됐으면 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넘버를 소화할 때마다 이러한 생각마저 잊혀지게 만드는 것이 강점이었다.
아이돌 틴탑의 멤버에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난 니엘은 독특한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감성이 귀네비어를 향할 때의 애틋함으로 다가와 귀를 기울이게 했다. 랜슬롯 솔로 넘버인 '깨어나'가 가장 흥겨운 멜로디를 가졌기에 안무 또한 기대했는데 없어서 이건 좀 섭섭했다. '다시 일어나리라'에서 움직이기만 해도 날렵한 몸놀림이 돋보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최수진 배우의 모르간은 독기로 가득한 마녀로의 입지를 뽐냈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던 건 맞지만 이왕이면 조금 더 악랄함을 드러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맡아 선보인 이미지 변신이 완벽했기에 등장할 때마다 흡족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드림캐처로 인한 공중씬은 살짝 위험해 보였지만 모르간의 삶, 그 위태로움을 표현한 것 같아서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대가를 치뤄야 해'의 압도적인 포스는 엄지 척!
김찬호 배우의 멜레아강은 아더와 대립하며 날을 세우는 라이벌로의 면모가 정점을 찍음으로써 눈 안에 담기는 인물이었는데, 뮤직뱅크 킹아더에 걸맞는 무대를 선보인 캐릭터라는 점에서도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어둠으로 가득한 공간 속에서 울려퍼지던 '새로운 시작'은 멜레아강의 독무대로부터 앙상블들이 합류함으로써 음악방송 못지 않은 연출력이 빛났다. 여기에 더해진 찬호 멜레아강의 골반춤도 마찬가지였다. 덧붙여, 넘버 속 가성의 활용도 최고였다.
멀린은......솔직히 정이 안 가는 캐릭터인데 이 배역을 맡은 지혜근 배우의 활약 또한 컸다고 본다.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며 보여준 결말이 가장 황당했지만, 차라리 다른 이들에게는 그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했다.
뮤지컬 <킹아더>는 스토리만 놓고 따져 보자면 재관람을 부르는 공연은 아닌데, 중독성이 엄청난 넘버와 배우들의 열연과 안무가 묘하게 자꾸 생각나게 만든다는 걸 부인하기 힘들다. 대중가요와 비슷한 분위기의 넘버가 이렇게 귀에 감길 줄은 미처 몰랐다. 그래서 고민이 된단 말이지......
스토리가 나아가는 단계 속에서 뒤에 나올 거라 짐작했던 장면이 앞부분에서 빠른 속도로 눈을 스치고 지나간 점도 의외였다. 덕분에 "이렇게 갑자기?"라는 의문이 머리 속에 떠오를 때도 없지 않았다.
아더는 엑스칼리버를 뽑아 왕이 됐다. 멀린의 권유가 있긴 했으나 마법사의 말을 실행에 옮긴 건 아더 자신이었고, 이로 인해 그는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했음을 인정했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킹아더>는 우리가 선택한 운명으로 인해 나아갈 길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아더 역시도 멀린의 조언을 모두 귀담아 들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렇게 만나게 된 운명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수궁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생각해 보면, 이 공연은 운명을 선택함에 따라 치른 결과라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로 인해 닥쳐 온 비극까진 피하지 못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뮤지컬 <킹아더>가 트렌디한 공연의 결정체를 보여주며 무대 위 판타지로 깨어난 작품이란 건 확실히 알게 된 시간이었다. 장면장면마다 호와 불호를 오고 가긴 하는데, 다른 캐스트는 어떨지 궁금하다. 커튼콜에서의 괜한 울컥함도 가끔은 기억나는 것이 오묘하고 또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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