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최후진술 :: 기묘한 여행을 떠난 갈릴레오,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뮤지컬 <최후진술>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기묘한 여행길에서 맞닥뜨린 동갑내기 친구, 갈릴레오와 셰익스피어 두 사람이 마주하게 해준 여정을 통하여 놀라운 시간을 경험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리고 매우, 혼란스러웠다.
불가사리 극 답게 혼파망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게 만드는 공연이었음은 분명하지만, 의외로 체계적이며 통찰력 넘치는 장면이 다수 등장함에 따라 철학적인 메세지가 더해진 작품이었다는 점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갈릴레오와 셰익스피어를 포함해 코페르니쿠스, 프톨레마이오스, 존 밀턴, 브루노 등의 실존인물들이 무대에 등장하며 겹겹의 에피소드를 더해주는 것 역시도 뮤지컬 <최후진술>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관람한다면, 극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두어야겠다. 참고로, 내가 그랬다.
이와 함께, 대사와 더불어 넘버의 가사로 스토리 전개가 이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이것을 따라가는 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 결론적으로는, 불친절한 극의 결정체였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한 번의 관람으로 관객을 이해시켜 보겠단 생각이 없는 공연이었다고나 할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적당한 위트가 아닌 지나치게 과장된 유머코드가 때때로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제작사가 바뀜에 따라 변화가 생긴 부분이 없지 않다고 하는데, 그것 때문이라면 이제서야 자첫을 하게 된 내 잘못이 큰 거겠지.
[CAST]
갈릴레오 갈릴레이 : 백형훈
윌리엄 셰익스피어 : 최민우
오히려 공연 관람 전이 아니라 공연 관람 후에 수많은 의문이 머리 속을 떠올랐던 뮤지컬 <최후진술>이었다. 그렇긴 한데, 배우들은 참 좋았다. 오랜만에 소극장으로 돌아온 백형훈 배우의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신예 최민우 배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 둘의 합이 꽤나 잘 맞아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여전히 시원한 노래 실력을 자랑하던 형훈 갈릴레오와 다양한 캐릭터를 거침없이 소화해내며 완벽한 멀티 본능을 선보인 민우 윌리엄의 활약이 대단했다. 다만, 캐스팅 보드에 쓰여진 윌리엄 셰익스피어보다 다른 캐릭터가 더 강렬하게 와닿아서 이 점은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의도치 않았으나 어쩌다 보니 뮤지컬 <해적>에 이어 뮤지컬 <최후진술>을 관람함으로써 불가사리 극을 연달아 맞닥뜨리게 됐는데 덕택에 조명 취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점이 재밌었다. 해적에선 별도 별이지만 커다란 초승달 조명이 인상적이었는데, 여기선 여러 개의 별들이 하늘을 수놓으며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뮤지컬 <최후진술>은 관객의 선택에 따라 하나의 장면이 두 개의 넘버로 나눠지는 부분이 존재하니 이 점을 알고 가면 큰 도움이 된다. 갈릴레오와 윌리엄이 1열 관객 중 한 명을 카타리나로 지칭하고 새장을 잠시 맡기면 그 뒤에 '안녕 내 사랑'을 번갈아 부르며 막간의 장기자랑(?)이 펼쳐진다. 이 시간이 마무리된 후, 카타리나는 반드시 한 사람에게 새장을 줘야 하는데 갈릴레오가 선택되면 '비극작가'를, 윌리엄이 선택되면 '댄서'를 들을 수 있다.
내가 보러 갔을 땐 형훈 갈릴레오가 새장을 받게 돼 비행기가 무대에 나타남과 동시에 '비극작가'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스페셜 커튼콜이 '댄서'였어서 한 번의 공연으로 일석이조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어 즐거웠다.
덧붙여 프레디의 "럽 이즈 럽~"을 외치는 가사 부분에서 안무를 따라하는 관객들이 다수 보여서 최후 자첫러는 신기한 광경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민우 윌리엄은 몸을 참 잘 쓰고 랩을 참 잘했다. 이러한 이유로 유독 눈에 들어왔던 캐릭터가 바로 프레디와 밀턴이었다. 샛노란 가죽재킷을 입고 나온 신의 모습은 기상천외했지만 유쾌해서 마음에 들었다. 모든 신이 근엄할 필요는 없으니까. 여기에 랩까지 척척 완벽하게 해내서 절로 어깨가 들썩거렸다. "메타포포포~"의 중독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갈릴레오를 찾아 온 밀턴이 글을 써내려가던 몸짓도 환상적이었다. 그로 인해 윌리엄이 가장 희미한 기억으로 자리잡은 게 조금 아쉽지만,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관람평을 써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공연 속 넘버는 확실히 중독성이 있었다. 박정아 작곡가의 탁월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어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특히, '프톨레마이오스'는 생각만으로도 어깨가 들썩거리게 된다. '댄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넘버의 풀네임은 '아임 어 댄서(I'm a dancer)'. 스콜로만 보게 됐어서 공연에서는 다시금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다.
멋지게 2인극을 완성해 낸 두 배우에게도 박수를! "카타리나"에서 "카타놔!"로 이어지던 개그코드도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의외의 재미를 선사했음은 물론이다.
끊임없이 무대 위에서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며 멀티 캐릭터의 온도차를 확연히 느끼게 해준 민우 윌리엄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카타리나에게 선택받기 위해 고이 접은 쪽지까지 줬는데 선택 못 받았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취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어쨌든, 이날은 자본주의를 한탄하던 형훈 갈릴레오의 승리였다.
이때가 프리뷰 공연이었으니, 지금은 훨씬 더 잘하겠지. 민우 윌리엄 한 번 더 보고 싶긴 한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일단 잡아둔 건 없음. 뽈뽈거리며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민우 윌리엄이었으므로 잘 나온 사진이 많지 않지만, 그 순간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됐다. 실시간으로 녹아내리던 극한직업 의 주인공, 민우 윌리엄이었다.
형훈 갈릴레오는 정적인 넘버에서 강점을 보였고, '그래도 지구는 돈다'의 고음 역시도 감명깊었다. 스콜에서의 귀여운 댄싱머신도 사진으로 저장!
민우 윌리엄을 먼저 봐가지고 감흥은 덜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최고였음을 인정!
뒷모습도 깜찍했던 형훈 갈릴레오였다. 상의에 부착된 장식이 빙그르르 회전하는 순간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게 참 예뻤다.
끝까지 자신을 믿고 댄스 실력을 폭발시키던 형훈 갈릴레오. 살짝 힘겨워 했지만, 최선을 다했으므로 스콜 속 명장면으로 남긴다.
공연과는 또다른 즐거움을 전하는 뮤지컬 <최후진술>의 스페셜 커튼콜이었다.
공연을 잘 보고 왔긴 한데, 재관람을 하게 될 지는 미지수다. 또 보고 싶으면서도,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고나 할까......한 번만 봐도 이해되고 와닿는 공연의 소중함을 절실히 통감하게 만들었던 뮤지컬 <최후진술>이었으므로. 호와 불호 사이에서 갈등 중인 이 마음을 어떡하면 좋을지.
불가사리 극은 취향이면 여러 번 보게 되는데, 취향이 아니면 답이 없다. 근데 최후는 애매해. 공연이 6월까지니 한동안 고민해 보려고 한다.
이 와중에, 퍼펙트한 엔딩을 보여준 둘의 호흡은 최고임을 확신한다. 기립도 꽤 많았다.
마지막 사진은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뽐냈던 망원경으로. 과학에 대해선 거의 무지한 편인데, 이 공연을 통해서 지동설과 천동설은 물론이고 갈리레오 및 역사 속 실존 인물들에 관심이 생겼으니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고 본다. 정보를 좀 찾아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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