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죽음을 마주한 채 살아가는 소년 소녀의 모험 같은 삶

존 그린의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2014년에 개봉한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소설로 유명하다. 영화 자체의 평도 꽤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나는 소설로만 이 작품을 마주했고, 그로 인하여 예상치 못한 감동을 전해 받았기에 여전히 마음을 울리는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헤이즐, 어거스터스를 만나다


책 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0대 소녀 헤이즐은 폐에 전이된 종양으로 말미암아 늘 산소공급기의 신세를 져야 하는, 언제 죽음이 닥쳐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아이다.


작가 피터 반 호텐의 작품인 [장엄한 고뇌]를 좋아하며 성숙한 자아를 지닌 소녀 헤이즐이 골육종을 앓는 소년 어거스터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지금까지의 단조로운 인생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이야기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 네덜란드로의 여행을 떠나다 


서로에게 영혼의 짝이 된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미완성으로 남은 [장엄한 고뇌]의 결말을 확인하기 위해 작가가 살고 있는 네덜란드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과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이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란한 순간을 보여주는 두 사람만의 반짝임이 매력적이었기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삶 이후의 죽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시간들을 되새기게 하다


처음 읽어보는 책이지만 어디서 본 적이 있는 듯한 기시감을 갖게 만들었던 존 그린의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삶 이후의 죽음이라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시간을 새로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었다.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흥미로운 반전도 존재했으나 의외로 어렵지 않은 뒷 이야기가 짐작 가능함에 따라 이건 이대로, 저건 저대로 좋았던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확실히 영화의 제목보다는 책의 원제가 와닿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읽는 동안 제목에 대한 수수께끼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꽤나 담담하게 본인의 생을 이어나갔던 소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다사다난한 에피소드 속에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헤이즐의 모습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주었던 순간도 뜻깊었다. 


무엇보다도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헤이즐 본인의 인생을 써내려갔다는 점에서 묵묵히 읽어내려가는 게 가능해 만족스러웠다. 


책 속에서 죽음의 부작용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삶 또한 그것과 다를 바 없고, 헤이즐의 기록은 그래서 더 투명하게 빛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삶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의 생과 사라고나 할까? 


덕분에, 나이만 먹은 헛어른인 나보다 훨씬 더 성숙한 아이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의미깊은 책과의 시간이었음을 인정한다.


이와 함께 초연했던 헤이즐의 마음을 대변하는 한 문장 만큼은, 역시나 잊을 수 없다.


"나는 내 인생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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