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기, 화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낸 역사 로맨스 소설의 다채로움

홍천기는 조선시대 유일의 여성 도화서 화원으로 실존인물이었다고는 하나 관련 기록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작가는 이에 굴하지 않고, 현존하는 자료를 토대로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 기대 이상의 역사 로맨스를 선보였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화공의 이야기를 담아낸 문장들 사이마다 색채적 감촉이 묻어났고, 그림에 천재적 재능을 지닌 홍천기와 경복궁의 터주신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하람의 로맨스가 판타지적 요소 아래 결합됨에 따라 흥미로운 전개를 펼쳐 보였던 작품이 바로 <홍천기>였다. 


절정에 다다라 폭발하긴 했으나 이전에 읽은 정은궐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거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로맨스가 주인공의 직업과 이로 인해 드러나는 세계에 보다 집중하도록 만들어준 점이 좋았다. 뿐만 아니라 안평대군의 그림을 대하는 태도와 최경의 올곧은 의지 또한 돋보였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천천히 읽어나가며 음미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이 소중했던 것도 사실이기에 적당히 만족하는 선에서 타협하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정은궐 작가의 소설은 이미 드라마를 포함, 공연으로까지 제작되었기에 새삼 그 인기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중에서도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은 유쾌하게 책으로 읽어 내려가는 재미가, '해를 품은 달'은 뮤지컬로 무대 위에서 만나는 기쁨이 쏠쏠한 작품이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 완독한 소설 <홍천기> 또한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라고 하니, TV에서 만나보게 될 날을 기다려 봐야겠다.  


그림도, 사랑도, 결국엔 삶의 모든 것을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대로 실천에 옮겼던 당찬 여화공 홍천기. 그녀로 인해 두 권의 책을 빠르게 섭렵할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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