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의 체스, 역사적 사실을 녹여낸 스릴러의 여운
문화인의 하루/책 읽는 일상2018. 12. 29. 01:02
폰은, 체스 안에서 사용되는 가장 약한 말을 지칭한다. 체스 게임의 룰을 잘 알진 못하지만 파올로 마우렌시그의 소설 <폰의 체스>를 읽어나갈수록 운명을 건 대결을 펼쳐야만 했던, 그로 인해 달라질 수 밖에 없었던 두 남자의 삶이 곁으로 다가와 놀라움을 전했다.
한 남자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범인의 정체를 추리해 나가는 과정 속에 홀로코스트의 참혹한 역사를 담아냄으로써 단순한 스릴러를 뛰어넘는 엄청난 서사를 경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두께가 두껍지 않아 생각보다 빠르게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분량의 문제를 떠나서 흡입력의 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체스와 더불어 이어지던 인생 게임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승부는 갈렸으나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의 생이 그러하듯이.
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픽션 사이로 안타까운, 그리하여 잊어서는 안될 역사적 사실이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으므로 책을 덮고 난 이후에도 그 여운이 오래 남았다.
<폰의 체스>는 특히, 겉표지 안쪽으로 자리잡은 하드커버에 그려진 체스판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책이었다. 까만 하드커버 위에 새겨진 체스판과 그 위의 글자들이 그런 이유로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체스를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알게 될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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