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목록, 드라마 원작 소설이 수록된 강지영 단편집

 

강지영 소설 <살인자의 쇼핑목록>에는 총 7가지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기 다른 장르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를 만나보는 일이 어렵지 않아 읽는 내내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 단편 소설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표제작으로써 이광수와 설현이 주연을 맡아 연기했던 tvN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라는 점이 관심을 잡아끌고도 남았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할인마트에서 물건값을 계산하는 캐셔로 일하는 주인공이 고객들과 그들의 카트에 담긴 쇼핑 물품을 관찰하는 취미를 만끽하다 연쇄살인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발견하며 펼쳐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로 인하여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위기에 직면하면서 진행되던 에피소드 안에서 과거 주인공의 사연까지 접하게 해줘 인상깊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제자 다정이 3년 전에 실종된 것과 관련하여 죄책감 느껴왔던 대학교수가 시신이라도 찾아내고자 전국의 안치소를 드나들던 어느 날, 수녀가 건넨 향낭으로 말미암아 귀신을 보게 되며 본격적인 얘기의 서막이 올랐다. 이로써 밤마다 택시 기사가 되어 길 잃은 영혼을 목적지에 태워다 주는 일을 반복하던 중 맞닥뜨리게 된 기상천외한 모험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인물의 한때가 놀라움을 전했다.

 

 

'덤덤한 식사'는 생을 마감한 고양이가 자신의 형제 고양이와 수의사 윤의 이해관계를 지켜보며 털어놓던 진심이 오묘한 울림을 선사하는 순간이 없지 않았다. '러닝 패밀리'는 캐릭터가 죽으면 그 숫자만큼 사람이 사라지는 게임을 소재로 흘러가는 내용이 절묘한 분위기를 일깨워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고등학교 교사 다영은 러닝 패밀리 게임에 집착하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학생 선우의 집을 방문하여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난 뒤, 충격에 빠지고야 만다.

 

'용서'는 중환자실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던 노인이 전생의 기억을 잊지 않은 상태에서 갓난아기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꽤나 다이나믹하게 그려냈다. 과거 수학여행에서 반 아이들을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았던 교사의 환생이 깨닫게 해주는 의미가 남달랐던 단편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날 개들이'는 조이, 윤서, 연수, 태현이 조별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었다. 윤리 과목 수행평가로 개들이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개를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받아들이겠냐는 주제에 대해 토론하던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내비친 태현의 숨겨진 비밀을 세 친구가 알아차림으로써 잔혹한 스릴러로 장르가 바뀌며 예측불허의 비극으로 안내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각시'는 제사상에 놓인 음식을 훔쳐 먹던 처녀를 각시로 삼게 된 석삼이 한 이불을 덮게 해준다는 말에 미혹당해 각시가 시킨 일들을 하나 둘씩 해 나갈 때마다 마을에 불길한 일들이 번져 나감으로써 기묘함을 건네는 한때가 오소소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앞서 언급한 7개의 단편들 중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러닝 패밀리'는 영상화를 통하여 만나봐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 읽는 것 이상으로 눈으로 보는 즐거움과 스펙타클함이 커질 것 같아서 말이다. 반면에 드라마로 제작된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책만 읽은 상태라서 빠른 시일 내에 직접 시청해 봐야겠다 싶다. 

 

강지영의 단편소설집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추리, 판타지, 스릴러, 호러를 포함하여 다채로운 장르적 특성이 짤막한 서사 안에 곁들여짐으로써 완성된 짜임새가 돋보여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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