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놈 :: 의외로 따뜻하고 친근했던 빌런 히어로

영화 <베놈>은 개봉 전부터 논란을 불러 일으킴에 따라 호기심을 자극했던 작품이었다. 처음에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던 것과 달리, 15세 관람가로 등급이 낮춰져 관객들을 만나면서 약 30여분에 이르는 잔인한 장면의 삭제가 이루어진 것이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한 호불호 또한 극명하게 갈렸으니, 사람들의 기대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만 했다. 


이 부분은 주인공 에디 브룩 역의 톰 하디가 아쉬움을 토로할 정도였기에 궁금증이 생겨나긴 했지만, 막상 영화관에서 관람을 하고 나니 이 정도가 딱 내게 맞는 수준의 관람 등급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아쉬움이 덜했다. 아니, 그래서 더 오히려 더 재밌게 보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진실을 통해 정의 구현에 힘쓰는 열혈 기자 에디 브록은 거대 기업으로 불리는 라이프 파운데이션을 추적하던 중 잠입을 시도했고, 그리하여 사무실에 마련된 실험실 속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의 기습 공격을 받게 됨으로써 영화 <베놈>의 진면목이 제대로 드러났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심비오트에게 선택당한 에디 브록은 예상치 못한 존재와의 공생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 애쓰지만 도무지 쉽지 않다. 악에 대항하고자 노력하는 에디에게 어마어마한 힘을 주체하지 못해 난폭함을 표출하는 심비오트가 자리잡으며 탄생된 빌런 히어로, 일명 베놈은 적과의 대립에 앞서 인간세계를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슈퍼파워를 뿜어내기에 바빴으므로. 일단은 여기에 지배당하지 않고 공존을 위한 협상을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히어로물과는 극명한 차이점을 선보이며 눈길을 사로잡았던 영화 <베놈>은 위의 설명과 같이 선과 악, 그 어느 것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영웅을 마주하게 해줌으로써 예상 외의 짜릿함과 재미를 전해주었다. 


그냥 빌런이 아닌, 그냥 히어로가 아닌, 빌런 히어로와의 만남은 그렇기에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의외의 따뜻함과 친근함을 겸비하고 있어 마냥 무섭고 공포스럽기보다는 정이 가는 캐릭터로 머리 속에 각인될 정도였다.



공생이라고 이야기했으나 정확히 말하자면 심비오트의 숙주가 되어버린 것이 에디 브록의 몸이기에, 이로 인한 그의 운명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지켜봐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성 하나는 끝내주는 인물이라서 베놈의 만행(?)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 같아 둘의 티격태격이 계속 기대되기도 했다. 





에디 브록으로 열연한 톰 하디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베놈>이었다. 작품의 특성상 끊임없이 원맨쇼를 펼쳐야 했을 것을 짐작되는 촬영 현장을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날 수 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져 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다만, 본인이 추구하는 정의에 목을 매다시피 하는 캐릭터라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었달까? 사랑하는 사람과 자기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미덕은 필요해 보였다. 이것은, 앞만 보고 달릴 줄 아는 저돌적인 면모 만큼은 완벽하게 갖춘 에디를 위한 나름의 팁.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완성된 베놈의 비주얼도 마음에 들었다. 이와 함께 베놈과 라이엇의 대결이 매우 볼만 했다. 덧붙여, 무작정 사람을 잡아먹으려 들던 베놈과의 극적인 타협을 성사시킨 에디에게도 박수를! 


초콜릿과 감자튀김을 좋아하는 베놈의 식성도 잊지 못할 거다. 취향에 맞는 음식을 발견하고 애타게 찾던 목소리가 애틋함을 더하고도 남았다. 약간 기승전 감자튀김이 된 느낌이 없지 않지만, 맛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냐며......




새롭게 등장한 빌런 히어로 베놈의 시작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2편을 기다려 본다. 후속편을 암시하는 쿠키영상에 대한 답은 다음 편에서 만나보기로 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영화 <베놈>에 담기지 않은 삭제 장면도 언젠가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무삭제판이 나올 가능성을 아예 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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