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당갈 :: 유쾌한 감동과 따뜻한 재미가 깃든 인도 레슬링 실화의 탄생

영화 <당갈>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꾸준히 흥행을 이어갔던 작품 중의 하나였다. <당갈>은 힌두어로 '레슬링'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이 단어를 제목으로 활용한 이야기는, 인도 최초로 금메달을 거머쥔 여성 레슬러가 탄생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스포츠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시작부터 들려오는 경쾌한 멜로디와 그에 맞는 가사로 인해 순식간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영화와의 만남이 즐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마하비르 싱 포갓은 전직 레슬링 선수로 이름을 날렸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운동을 그만두고 회사원이 되어 일을 하며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간다. 아들이 태어나면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이뤄내게 하겠다고 굳게 결심하면서. 

하지만 딸만 넷이 태어나자 좌절의 길을 걷게 되고야 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사건으로 첫째 딸 기타와 둘째 딸 바비타에게서 잠재력을 발견한 마하비르는 레슬링 특훈을 통해 두 딸을 레슬러로 성장시키며 꿈을 향한 발돋움을 하게 된다. 

영화 초반엔 강압적인 아버지의 명령으로 마지 못해 훈련에 임할 수 밖에 없었던 기타와 바비타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어린 나이에 딸을 결혼시키는 인도의 풍습을 거스르며 자신의 아이들 만큼은 스스로 배우자를 선택하고 원하는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던 마하비르의 진심이 드러나게 됨으로써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 느껴져 감동적이었다.

이와 함께, 1년이라는 기간을 정해놓은 점도 다행스웠다. 두 딸을 레슬러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었던 마하비르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고, 그로 인해 벌어졌던 사건사고 또한 기상천외해서 놀라움을 실감케 했다. 

인도영화 특유의 유쾌한 감동과 따뜻한 재미가 고스란히 깃들어있는 영화가 바로 <당갈>이었다. 배우들이 직접 노래하며 춤추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으나 뮤지컬를 연상시키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영화 속 장면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흥겨움을 자아내는 순간이 많아 즐거웠다.

눈물이 터져 나오는 부분이 존재하긴 했지만 큰 틀에서 놓고 봤을 때 신파로 여겨지지 않아 그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실화에 맛깔난 양념을 넣어 버무린 작품의 진가를 만나게 돼 행복했던 한때였다. 

마하비르로 분한 아미르 칸의 열연을 오래만에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세 얼간이'와 '지상의 별처럼'을 통해 인상깊게 지켜봤던 그의 연기는 <당갈>에서도 역시나 빛을 발했다. 뿐만 아니라 20대 젊은 시절의 근육질로 다져진 운동 선수부터 배 나온 50대 아버지의 모습까지, 나이에 따른 시간의 변화를 절실하게 체감하게 해준 점이 눈을 사로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레슬링을 위해 훈련과 더불어 식단 조절을 하던 기타와 바비타 못지 않게 마하비르가 되고자 아미르 칸 역시 피나는 노력과 투혼을 보여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아미르 칸을 볼 때마다 귀를 유심히 바라보게 되는데 범상치 않은 모양을 갖추고 있어 때때로 시선을 뗄 수 없기도 했다. 이건 그냥 개인적인 호기심.

스포츠 영화에 있어 결말은 뻔하기에 과정을 더 유심히 지켜보게 되는데, 기타가 국립 스포츠 아카데미에서 합숙을 하게 되면서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맞닥뜨리는 일탈과 그로 인한 위기에도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결국에는 마침내, 과거의 힘든 시간을 지나 모든 것을 극복하고 금메달을 따게 됐으니, 이를 통하여 마주할 수 있었던 감동이 2배였던 것도 사실이다. 기타의 레슬링 경기 장면은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히 그녀 자신과 아버지, 가족을 넘어서 인도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선 모습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딸들을 향한 아버지의 부성애와 함께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금메달 획득을 앞두고 기타가 마하비르의 말을 떠올리며 목표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갔을 때였다. 가장 중요한 순간, 항상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아버지의 부재를 알아채고 혼란스러워하던 기타는 언제까지 내가 너를 구해줄 수 없다는 가르침을 되새기며 경기에 임하게 됨에 따라 그토록 원했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아련한 감동의 눈물과 함께 자칫 신파에 가까워질 수 있었던 클라이막스를 다른 방식으로 전개해 나가며 기대 이상의 메시지를 선사한 제작진의 선택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다. 

결국 이 세상에서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나 뿐이라는 걸,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다.

올해 어린이날을 기념하며 자축의 의미로 보러갔던 영화 <당갈>과의 시간이 정말 좋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하루였다. 상영관이 많지 않아 제한이 따른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었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로 만석을 이루는 걸 보면 흥행을 견인 중인 작품이라고 여겨도 될 것 같았는데 말이다. 

덧붙여, 이 포스터가 매우 인상깊게 머리 속에 자리잡았다. 아버지 마하비르를 중심으로 어린 시절의 기타와 바비타, 성인이 된 기타와 바비타가 모두 함께 자리해 <당갈>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만들었다. 딸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를 향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꿈이 된 레슬러의 길을 걸어나가는 딸들이 외면을 넘어선 내면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눈물보다는 유쾌한 감동의 서사와 웃음 가득한 재미적 요소를 실화에 녹여내 시선을 떼지 않고 지켜볼 수 있었던 영화 <당갈>이었다. 스포츠 영화만이 보유한 매력 또한 확실히 느끼는 게 가능해 좋았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영화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며, 당분간은 당갈당갈 해야겠다. 중독성 있는 노래 가사와 멜로디로 인해 지금까지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외치고 있는 중. 영화를 직접 보고 나면 누구라도, 중독성 있는 영화 속 음악에 맞춰 "당갈당갈~"을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당갈당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