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억을 만나다 :: 세계 최초 4DX VR 로맨스의 흥미로움, 기대 이상!

영화 <기억을 만나다>는 세계 최초 4DX VR 로맨스로 놀라운 기술의 흥미로움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한창 김정현에 대한 팬심이 요동치던 와중에 영화가 개봉한다고 해서 예매했을 뿐인데, VR 장비를 착용하고 4DX 기술을 접목한 이야기를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니 관람 전부터 덜컥 걱정이 앞섰다. 예전에 3D 안경을 쓰고 영화를 봤을 때 장비 착용이 전해주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서 더더욱.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괜한 걱정이었음이 판명돼 다행스러움을 느꼈다. VR 관람 장비(HMD, Head Mountained Display)를 눈에 딱 맞게 조절하고 4DX용 좌석에 앉아 관람한 영화 <기억을 만나다>는 기술적인 면에서 기대 이상의 신선함과 짜릿한 스릴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38분의 중편으로 구성된 영화 <기억을 만나다>는 두 남녀의 풋풋한 첫사랑을 통해 애틋하면서도 아릿한 감정을 표현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뮤지션이라는 꿈을 지녔으나 무대를 향한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한 우진과 연기에 대한 열망을 시시각각으로 드러내며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 지망생 연수. 소심한 겁쟁이가 당돌한 개구쟁이를 만남으로써 변화하는 삶의 순간들이 사랑과 더불어 잔잔하게 펼쳐지면서 몰입감을 더했다.


 

꾸밈없는 목소리에 녹아든 진솔함이 음악에 깊이를 채우며 음악을 향한 열정을 보여주었던 우진. 그가 가장 인상깊게 보여졌던 찰나는 단연, 노래하는 장면이었다. 스스로를 가둬두었던 틀을 깨고 용기내어 사람들 앞에 서서 뮤지션의 카리스마를 뽐내던 모습은 영화 속 백미 중 하나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김정현의 또다른 매력이 극대화됨으로써 다시금 반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준 'Moonlight'는 작품을 관람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꼭 한번은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영화 <기억을 만나다>의 OST이기도 하다. 노래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본인의 기준이 매우 많이 반영되었음을 밝혀둔다.


영화 중간에 안경을 잠깐 쓰고 나왔을 때도 잘 어울려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것 역시 마찬가지로, 개인의 취향일 뿐이라고 한다~

 


연수는 우진이 꿈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힘을 실어주는 원동력이자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이었다. 예측불허의 만남이 놀라운 인연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두 사람이 연인이 되기까지. 모든 결실을 이뤄내는 것은 연수의 몫이기도 했는데, 사랑 앞에 있어 당당한 그녀의 모습과 행보는 정말 멋졌다.


특히, 서예지의 연기가 팔색조와도 같아 영화의 방향에 따라 흘러가는 감정선에 주목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고조됨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했다. 배우 지망생이라는 역할에 잘 맞는 찰떡궁합의 캐릭터가 눈여겨 볼만 했다.

 


결론적으로, 김정현의 노래와 서예지의 연기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 <기억을 만나다>를 관람한다면 훨씬 더 작품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동갑내기 배우의 케미도 완벽했기에 작품의 컨셉과도 조화로움을 이루어냈다고 보여진다.


다만, 스토리 라인에 대한 아쉬움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38분이란 시간 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떤 것인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으나 시나리오 자체의 뻔함은 이어지는 상황을 충분히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특별함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 마디로, 너무 기술적인 부분에만 치중해서 이야기 자체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느낌이 물씬 풍겨서 안타까웠다는 말이다. 좋은 배우와 최신 기술이 결합됐다고 한들,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줄거리가 별로라면 영화는 결코 완벽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반면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온 몸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해준 4DXVR 기술이 의외로 로맨스라는 장르와 환상적으로 부합되며 시너지를 맞닥뜨리게 해준 시간은 놀라운 반전을 이끌어냈다. 우진과 연수가 통화를 하며 호감을 쌓아가던 장면이 두 사람을 같은 공간에 존재하게 함과 동시에 별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우주로 펼쳐지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감돌았다.


VR장비로 인해 배우들이 눈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은 생생함이 부각되었고, 우진이 물 속으로 가라앉으며 심연에 빠져들던 장면에선 나 역시도 바다 한가운데에서 점점 더 아래쪽으로 침잠하는 기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수가 그림을 설명할 때 보여지던 바다 위에서 두둥실거리며 부유하는 것 같았던 편안함도 좋았다. 곁으로 불어오던 바람의 살랑거림 역시 감명깊었다.

 

하지만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없지 않았다. 끈의 길이를 잘 조절해서 착용해야 하는 VR 장비가 생각보다 무거웠고, 혹시라도 흘러내려서 놓치는 장면이 생길까봐 꽉 조여맸더니 때때로 눈가에 습기가 참은 물론이고 나중에 확인하니 이마에 자국까지 생겨버렸다. 장비 착용 전 눈가를 덮어주는 시트지가 가끔씩 영화를 보는데 방해를 하기도 했고.


그냥 스크린으로 볼 때보다 거리는 가깝지만 화질의 선명함이 덜한 점도 보완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영화 러닝타임이 38분이라고 해서 살짝 놀랐는데 4DX VR을 관람하기에는 딱 적당한 시간이었어서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더 길었으면 힘들었을 듯. 38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신기술을 적용한 영화의 가격이 6천원이었던 점도 메리트였다.


덧붙여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면 영화를 보다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요소를 방해하는 장비에 대한 문제점도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여졌다. 생각보다 잘 보긴 했으나 장비 없이 한번 더 다시 관람하고 싶어지는 심정을 알랑가 몰라. 장비의 무게도 좀 줄여줬으면 싶고요;;

 


영화관 내부가 온통 새파랬던 4DX관에서의 하루는 점점 더 발달하는 기술의 진면목을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어 흥미진진했던 시간이었다. 칸 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이러한 기술을 중심으로 제작되는 영화를 더 자주 만나게 될 수 있을지도 눈여겨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술적인 장점과 스토리적인 단점, 그 경계에 서 있던 영화 <기억을 만나다>였다. 상영 기간이 짧고 볼 수 있는 극장이 CGV 용산아이파크몰 한곳으로 정해진 관계로 마음을 먹고 발걸음을 옮겨야 했지만, 그래도 기간 내에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우진이 연수와의 추억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장면이 하나 더 있었으면 싶었는데, 그건 그냥 내가 상상해 보는 걸로.

 

영화 개봉을 기념하며,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이번 기회에 다시금 꺼내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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