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공의 벌 :: 원자력 발전소를 두고 펼쳐지는 절체절명의 스릴러

영화 <천공의 벌>은 원자력 발전소를 두고 펼쳐지는 절체절명의 스릴러로, 의문의 인물에게 납치당한 헬기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원격 조종을 통해 이동한 헬기 빅B는 원자력 발전소의 고속 증식로 상공을 배회하며 원전 가동을 중지하지 않을 시에 폭파될 것을 알린다.


그리하여 전기 생산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원자력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침묵하는 군중을 향한 경고이자 정부를 향한 대국민 인질극으로, 이러한 상황은 전파를 타며 엄청난 전개를 이어간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사건이 더해지는데, 그것은 바로 헬기 안에 유하라의 아들 타카히코가 타게 된 것이다. 가족과 함께 빅B의 시험운전을 보러 왔다 위기에 직면하게 된 아이로 인해 영화 초반은 타카히코를 구출해 내기 위한 작전이 중심이 되고, 후반은 대립되는 의견 속에서 계속되는 헬기 납치범의 추적과 이로 인해 밝혀지는 진실을 증명하는데 쓰인다. 





빅B를 설계한 유하라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수사팀과 합류, 그 속에서 옛 동료로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한 미시마와 조우한다. 타고난 두뇌를 지녀 이번에도 엄청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작전에 큰 도움을 주는데 예전과 달라진 친구의 분위기에 유하라는 일말의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영화 <천공의 벌>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스토리 라인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으나 각색된 부분 또한 존재해서 흥미롭다. 원자력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방대한 분량의 책에 비해 정해진 시간 동안 간결하게 이야기를 끝맺어야 하는 영화 속에서는 인간의 감정선을 도드라지게 해 이로 인한 메시지를 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여졌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으로 소설에서 헬기에 타게 된 아이가 유하라 동료의 아들 게이타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영화 속에서는 가족들 간의 갈등이 유하라 부부의 별거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설정, 이로 인해 상처받은 타카히코를 헬기 탑승 주인공으로 내세워 극적인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사회적인 문제를 되짚는 것과 동시에 가족애를 통한 인간의 온기를 전해주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는 앞서 얘기했던대로 전력 공급에 있어 안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중요성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감당해야 하는 재앙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기에 이로 인한 위험성을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과 같은 에너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원전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1995년에 집필됐지만 20년이 훌쩍 넘은 순간에도 회자되는 천공의 벌이 지닌 무게는 어마어마하다. 여전히 원전에 대한 찬반 논쟁이 계속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완벽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결국 위험을 끌어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에서 만나보게 된 원전의 내용이 생각했던 것보다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읽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침묵하는 군중에서 벗어나 위험을 직시하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야 할 작품임을 알게 돼 다행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책을 완독하기 힘들다면, 영화를 통해 내용을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원전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작가로 인해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책의 결말과 중심소재를 살짝 벗어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며 삶의 가치를 전달하는 영화의 결말. 마지막에 다다라 그 어느 것이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 함정이지만,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메시지 만큼은 분명하니 그것을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인다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이 나라에 목숨 걸 가치가 있는 걸까?" 라며 아들을 향해 내뱉은, 그러나 자기 자신을 향하는 아버지의 질문은 곱씹어 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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